신년 祝詩 ‘새날의 다짐’
詩 / 정어린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
나는 깨어 있겠습니다.
당신이 걷고 있을 때,
나는 뛰어 가겠습니다.
당신이 지쳐 쓰러질 때,
나는 아파 신음하겠습니다.
당신이 악한 마귀와 싸울 때,
나는 기도의 용사를 보내겠습니다.
당신이 눈 감은 때,
나도 꿈을 꾸겠습니다.
당신이 떠나갈 때,
나도 동행하겠습니다.
당신이 고통스러울 때,
나도 그 늪으로 가겠습니다.
우리가 잠들 수 없을 때,
우리가 일어설 수 없을 때,
우리가 걸을 수 없을 때,
우리를 거두신 생명의 주인이
손 내밀 겁니다.
혹 당신이 어둔 곳으로 사라져도
써치라이트를 켜고 뒤따르겠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사랑나무 울창한 은혜의 숲에서
날마다 환희의 잔치가 펼쳐지는
산 소망의 그곳을 향하는 우리는
행복한 천국 백성입니다.
* 정 시인은 늘 ‘함께’를 생각한다. 문학하는 사람은 가끔 ‘홀로’를 즐길 만도 한데 그는 늘 복수의 사람을 상상한다. 연인을 생각할 땐 둘이고, 활동하는 단체를 생각할 때는 멤버 전체이다. 그것이 확대되면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신실한 믿음의 사람인 그가 자주 확대해 그리는 곳이 천국의 백성이다. 새해가 밝았다. 임인년,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의 해여서 기대하는 바가 많다. 좋은 일만 있기를.... 이 시 ‘새 날의 다짐’에 나오는 ‘당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꼭 그것에 정점(定點)을 찍을 필요는 없다. 운동(movement)의 동지일 수도 있고, 신앙의 파트너일 수도 있다. 아니,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일제강점기와 같이 어려움이 닥쳐올 때에는 조국과 민족을 상정할 수도 있으리라. 한용운의 ‘님’처럼 말이다. 지금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 주어진 여건이 녹록지 않은 때이다. 정 시인은 시로 독자에게 힘을 북돋고 있다. 홀로가 아니라 우리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다짐을 하게 한다(耳穆).
정어린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