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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이용기 수석부본부장

기사승인 2021.02.03  21: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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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일하는 것이다. 광의의 노동 개념어에 속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 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 하면 육체 노동 하는 사람을 쉬 연상한다.
지난 한때 이 '노동'이란 단어엔 계급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해서 '근로'라는 단어를 만들어 썼던 적이 있다. 근면한 노동자, 부지런한 노동자. 체제에 순응하고 지배 계급에 순종 잘 하는...
그러나 지금 근로자란 말은 어딘가 생경하다. 노동절(May day)도 만국 공통인 5월 1일로 지킨다. 3월 10일 근로자의 날이 명실상부하게 제 자리를 회복했다. 이날은 노동자 휴일로 지키고 있다.
사설이 길었지만 노동자가 역사 발전의 주요 인자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씩의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 특히 대구ㆍ경북의 노동운동의 현황과 전망을 들려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연결된 활동가가 이용기 선생이다.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바 있고,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로 복직해서 중고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비상근으로 민주노총 대구ㆍ경북 지역 부본부장으로, 갖고 있는 이론과 경험을 현장에 투여하고 있다.
이 부본부장과의 대담은 서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고 또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이메일과 전화 통화를 병행했다. 그럼에도 직접 만나 대담하는 것 이상의 깊이가 있었다. 해박한 노동 지식으로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해 준 이 부본부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대담의 최종 마무리는 2월 3일 오후 5시였다.

 

Q1.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온 경력을 중심으로 본인 소개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1993년부터 영덕여자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입시위주의 억압적인 교육을 학생중심으로 바꾸고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박근혜정권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항의해 전임요구를 하다 2016년 해직되었습니다. 지난해 대법원판결로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한 후 법외노조 해고자 33명과 함께 복직되었습니다.

2020년 12월말 2년의 전교조 경북지부장 임기를 마치고 2021년 1월부터 학교로 복직하였습니다. 지난해 실시된 민주노총 경북본부 선거에서 수석부본부장으로 당선되어 지금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수석부본부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2. 노동운동의 중요성에 비해 전망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사회가 기업의 극단적 이윤추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사회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은 노동자들이 극단적 위험에 내몰리면서 노동운동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개별화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단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계속 노동조합을 찾고 있어서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운동도 계속되리라 봅니다.

Q3.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사뿐 아니라 노동운동에도 적지 않은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서 노동운동을 말씀해 주신다면?

A. 코로나19로 사회적 재난은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오고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을 둘러싼 사회적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점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노동운동의 방법에도 온라인 소통과 소규모 다양한 행동으로 전환되는 등의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열악하고 취약한 노동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이윤추구보다 사람과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다양하게 표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노동운동의 원천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입니다. 노동자들도 계층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가령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나뉘는 현실은 노동운동을 어렵게 만들지 않습니까?

A.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활동이 노동운동입니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분화가 많이 일어나고 이해관계의 충돌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나타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치고 노동운동 내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이 이윤추구와 단결을 막기 위해 노동자를 분리해서 관리하는 방편으로 제도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동일노동 동일 임금을 실현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과제입니다.

Q5. 또 하나 수구적 보수 정권 때와는 달리 지금의 개혁적 보수 정권 아래에서의 노동운동이 더 힘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동자는 기층 민중에 속하고, 기층 민중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노동자들 중에서도 개혁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만의 특수 상황입니까, 다른 나라도 비슷한 예가 있는지요?

A. 우리나라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정치적 선택을 강요당하는 정치체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구성만 보더라도 특정 직업이나 학벌, 연령이 과대 대표되는 현상과 이를 온존 강화시키려는 기득권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들이 만들어 온 보수양당체제가 확고하여 정치의 영역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을 피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원내정당 중 개혁적 보수 성향의 집권 정당이 좌파 정권, 좌파 정당으로 보수언론과 수구 정당으로부터 지칭되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민들 의식에 그렇게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도 진보정치를 생각하기보다 현재 자신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대변해줄 것 같은 기대로 개혁적 보수정당에 기대는 의식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진보정치가 성장하지 못하고 노동운동도 노동자들의 이해에 복무할 진보정치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개혁적 보수 세력에 의해 노동개악이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6. 상식이 통하는 노동운동, 대화가 되는 노동운동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노동운동 하는 사람, 그러면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하겠지요?

A.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한해 2,400여 명이 사망합니다. 주로 중소하청업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하루 7명이 죽어가고 있지요. 이를 해결하자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서 실질적으로 업무지시를 하는 원청사에도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우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안전장치를 마련할 생각보다 처벌하면 기업이 위축된다고 적극 반대합니다.

이런 경우 대화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국회에서 사고의 2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고 기업도 실질적 오너는 피해갈 수 있도록 법은 완화되고 이것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유예했습니다. 생명안전을 위해 안전장치는 벌써 했어야 하는데 지금 안 하고 있는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대화라고 하면서 3년간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구경하라고 하는 것이 대화하는 것이라면 이 대화를 과연 해야 하는가? 고민입니다.

또 파업은 노동조합의 합법적 대화 방식인데 이것을 불법, 폭력, 고집불통으로 모는 것. 이런 개념의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어떤 대화와 타협을 해도 대화하지 않는 폭력집단이라는 규정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도 고집불통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각별히 소통하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Q7.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대기업 노동자 주도로 진행되다 보니까 소외받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많지 않습니까? 사측에 대해서는 대기업 노동자가 약자일 수 있겠지만 노동자 전체로 볼 때 대기업 노조 소속 노동자가 강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는데요.

A. 우리나라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2019년 기준 12.5%로 OECD에서도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조직된 노동운동은 주로 대기업노조가 주도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민주노총에 많이 가입하는 추세입니다.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사회적으로나 사용자와 교섭에서 영향력이 강하지만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억압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동성이 굉장히 활발한 편입니다.

지금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변경으로 해고를 당해서 2월 3일로 50일째 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투쟁하고 있습니다. 구미의 일본투자기업인 아사히글라스 지회는 2015년 노조를 만들고 한 달 만에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되어 7년째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소기업과 파견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려운 노동조건이고 노동조합을 만들면 바로 해고되는 상황입니다.

노동운동이 대기업노동자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노노갈등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노동조건에서 거대한 자본에 힘겹게 투쟁하고 있으며 함께 연대하지 않으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Q8. 올 임단협은 어떤 수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까?(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A. 대구·경북은 영세 하청 사업장이 많습니다. 대기업의 이차 삼차 밴드에 속하는 중소하청업체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황과 대기업의 횡포로 상황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은 현재의 어려움은 오롯이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려 들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노동법 개악에서 단협기간 3년으로 늘어나는 것을 열어놓은 것과 공무원 기본급 인상률 0.9%를 내세우며 사측의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경북지역 임금·단체협약은 이런 공세에 대응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단체협약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임금협상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Q9. 지금의 노동운동은 지난 세기와는 달리 노동 정권 수립, 좀 더 폭을 넓혀 민중 정권까지 보고 나아가자. 이런 것은 아닐 것 같아요. 그렇다면 노동운동의 동력이 많이 떨어질 것 같지 않습니까?

A. 개념으로 해석하면 노동자·민중을 대변하는 진보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민중정권일 것 같은데. 노동운동도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정치적 지향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수구와 개혁의 보수 기득권 세력이 강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그들의 영향력에 의존하려 하고 노동운동이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면 현재 상황은 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사업장 이익에만 갇힌다면 동력이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도 노동운동의 주요 과제입니다.

Q10. 모든 게 다 그렇지만 노동운동도 중앙에 비해 지방이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대구 경북은 더 할 것 같은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A. 중앙 회의에 가서 경북에서 왔다고 하면 측은한 눈빛으로 봅니다. 그때 제가 하는 말은 경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저항할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지역은 정치권과 노동운동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에 대해 소통이라도 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기도 하고 투쟁으로 풀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구-경북지역은 집행부와 의회 권력이 모두 특정 정당이 장악하고 있고 노동운동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으로 대화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 영역에서 갈등 해소가 거의 되지 않으니 거리 투쟁을 통한 방법밖에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노동운동 영역에서도 도청과 도의회 등 정치 영역에 대한 소통과 대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Q11. 다른 부문운동과 연대는 잘 되고 있는 편입니까?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은 배타성이 강하다는 말도 들립니다만.

A. 여러 운동 중에 노동운동이 가장 규모가 큰 상황에서 노동운동 내 현안 외에도 지역의 현안인 성주 소성리 불법사드 철거 문제나 경주핵발전소의 안전성과 환경문제 대응, 그리고 교육과 청소년 인권 문제, 성평등, 장애인권 문제 등의 다양한 연대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요구되는 연대에 민주노총 경북본부는 몸으로 투쟁기금으로 현장조합원들과 함께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Q12. 노동운동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말, 따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일이라는 것을 펼쳐서 쉽게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A. 노동운동 자체가 불온하게 인식되어 있어서 참 안타까운데 우리가 일하며 임금을 받아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 형태입니다. 그가 바로 노동자이며 바로 나 자신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거의 대다수가 노동자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노동자는 바로 우리 자식의 미래 모습입니다.

같이 열심히 일하면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노동운동입니다. 일하는 사람. 당신이 가장 소중합니다.

- 구체적이면서도 진지한 답변 감사합니다. 노동운동이 사회의 건강성을 담지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저희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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