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광복회 제정 제2회 '이육사상',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 수상

기사승인 2021.01.18  16:23:04

공유
default_news_ad1

광복회(회장 김원웅)는 제2회 ‘이육사상’ 수상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을 선정했다.

그는 문학을 통해 이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제1회 수상자는 제주 4.3항쟁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고 현기영 선생이었다.

다음은 염무웅 선생의 수상 소감문이다.  

 [이육사상 수상소감] 

얼마 전 제가 광복회 제정 육사상(陸史賞)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저는 기쁘다기보다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이육사(李陸史) 선생은 누구나 다 아는 훌륭한 시인이지만, 저에게는 시인으로서보다 불굴의 독립투사로서 뜨겁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육사 선생은 퇴계(退溪)의 후손답게 올곧은 유학정신(儒學精神)의 훈육 속에 성장하여 일제강점기 내내 시인이자 독립지사로서 일관된 삶을 살며 단 한 차례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불과 40년에 지나지 않은 짧은 일생을 살았으되, 그의 대찬 삶은 오늘도 불꽃처럼 우리의 가슴을 살아 뛰게 합니다.

그 육사 선생의 이름은 제게 너무나 무겁습니다. 선생의 높은 이름이 붙은 상을 막상 받게 되니, 육사 선생(1904~1944)보다 두 배의 인생을 사는 동안 늘 전전긍긍하며 소심하게 지냈다는 자책감이 더욱 무겁게 눌러옵니다.

물론 돌이켜보면 1964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이래 문학을 위해서나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나 제 나름으로는 옳은 편에 서려고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육사 선생의 투철한 삶에 비하면 용기도 능력도 부족했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육사상의 영광이 제게 과분한 이유입니다.

다른 한편, 이 상을 제정하여 수여하는 단체가 광복회라는 것도 제게는 여러 가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흔히 우리는 8.15해방을 말하고 광복 75주년을 말합니다. 그러나 19458월 일제가 물러날 당시에나 20211월 오늘에나 이 나라가 일제의 식민지강점상태로부터 얼마나 해방되고 광복되었는가를 묻는다면 대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우리는 자랑합니다. 어느 면에서 사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식민지체제의 지배자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뀐 정도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와 남북통일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감옥 가고 하는 희생을 치르며 투쟁했음에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부실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주의 토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광복회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단체에서 벗어나 현재에 관해 질문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단체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제안하는 바입니다.

다시 이육사 선생의 삶과 정신을 생각하면서 그의 작품 <광야(曠野)>에서 한 대목 읽어 보겠습니다. 전체 다섯 연으로 된 시의 마지막 두 연입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 작품은 육사 선생이 1943년 일제 관헌에게 체포되어 중국으로 압송되는 찻간에서 구상, 베이징 지하 감방에 갇혀서 마분지 조각에다 썼다고 합니다. 1944116일 감옥 안에서의 순국 직후 육사 선생의 시신과 함께 발견되었으니,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을 증언하는 유언과도 같은 절명시(絶命詩)입니다. 내일은 바로 육사 선생 순국 7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시에서 보이는 것처럼 육사 선생은 최악의 절망상황에서도 가없는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그 자신은 가난한 노래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강철 같은 정신과 불굴의 실천은 오늘도 천둥처럼 우레처럼 우리의 나태한 일상을 깨우칩니다.


시상을 결정한 분들과 광복회에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2021115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