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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검사내전(檢事內戰)을 잠재우는 길

기사승인 2020.01.20  08: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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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검찰개혁을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규정하고 사직한 김웅이 검사 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담을 모아 낸 책이 <검사내전>이다. 한자로 쓰면 '檢事內傳'이 될 것이다. ‘검찰 내에 전해오는 이야기 모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제목은 김웅의 책 제목과 음(音)은 같되 훈(訓)이 다르다. 김웅의 것이 '전할 전(傳)'인데 비해 나의 것은 '싸울 전(戰)'이다. 검사들끼리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다. 시쳇말로 지금 검찰은 ‘개판 5분 전’이다.

검찰을 지탱하고 있는 노끈과도 같은 게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처럼 계층적으로 조직체를 갖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 조직이 조폭에 비견되는 것도 상명하복이라는 '조직'의 유사성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 틀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 내 곪아 있는 부위가 곳곳에서 터질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떤 곳에서는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개혁을 지지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개혁에 따르는 진통이다.

1월 18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대검찰청 모 과장의 상가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상가의 조문 자리는 엄숙하고도 경건성이 요구된다. 하고 싶은 말도 줄이고, 노정되려는 감정도 가능한 한 자제하는 것이 조문하는 사람의 자세다. 

고인을 추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들은 상가에서 사고를 자주 친다. 안태근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곳도 상가였다. 실명을 거명해서 미안한데 18일 양석조 검사가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을 들이받은 곳도 역시 상가였다.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 한 상가집에서 직속상관인 심재철 반부패부장에게 '니가 검사냐?'며 항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사진=SBS 갈무리).

양석조는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의 직책을 가지고 있으니까 심재철이 그의 직속상관이 된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있었다고 하니 가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 잦아 든 줄로만 알았던 조국 문제가 화근이었던 것 같다.

대검 반부패부는 조국 일가를 먼지털이식으로 수사해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곳이다. 심재철이 부장으로 오기 전엔 윤석열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이 부장으로 있었다. 지난 인사에서 그는 연수원 부원장으로 밀려났다.

한동훈의 후임으로 온 심재철 부장은 현 정권과의 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친정권의 사람과 반대 쪽 사람의 마찰이라고 해도 될 성 싶다. 조국 수사에 대해서 검찰이 법리를 들먹이며 정당성을 아무리 주장해도 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양석조가 직속상관 심재철을 들이받은 것을 항명 운운하며 매스컴이 떠들어댄다. 항명이 맞다. 이런 항명은 검찰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최근에 검찰 내 이런 항명이 잦다는 것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무색하게 되었다.

검찰총장이 직속상관인 법무부장관을 반년 가까이 뒤져 기소한 것도 항명이다. 또 검찰 간부 인사 명단을 가져 오라마라 한 것도 검찰총장의 분수 모르는 짓거리다. 항명이 아닐 수 없다. 항명도 선 경험으로 인해 유전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하급자에게 들이받힌 심재철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사람들은 입장에 따라 검찰의 항명 사태를 달리 볼 수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전'이라고 일컫는 항명 사태를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사즉생(死即生)의 싸움으로 정리한다.

'계륵(鷄肋)'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윤석열이 딱 그렇다. 조금의 분별력만 있어도 사퇴해야 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윤석열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좌천된 소위 윤석열 사단들을 모아 "검사가 가는 곳엔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며 사퇴하지 말고 자리를 보전할 것을 말했다고 한다. 정권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검사 내전’이 일과성 해퍼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 조직을 조폭과 대비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도 있다. 조폭은 조직 우선주의에 철저하다. 정의와 진리 그리고 이 사회의 모든 것이 조직의 하위개념이다. 검찰이 그렇지 않나. 모든 것이 검찰 우선이다. 검찰 조직에 반하는 언행은 배척된다.

윤석열이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그 조직은 ‘검찰’을 두고 한 말 아니었나. ‘검찰 패밀리’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겉똑똑이들이 모인 집단이어서 더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막으려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을 손 볼 수 있는 것은 인사밖에 없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간부급 검사 인사보다 더 큰 폭의 물갈이를 해야 한다. 양지만을 좇던 이들을 음지로 보내야 한다. 소위 윤석열 사단을 해체해야 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도 만만치 않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추다르크라는 말이 이유 없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검찰 반발이 있다 해도 나아가 검란이 일어난다 해도 오는 검찰 인사는 개혁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정(道程)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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