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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트럼프, 북한 비핵화 아닌 군비통제 협상하나

기사승인 2024.03.28  05: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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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11월 5일(미국시간)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확정됐다. 자연스럽게 미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와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비교해 봐도 엇갈림은 너무 크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당시 한미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한국을 상대로 미국제 무기 수입을 늘려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활용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 받으려고 했다. 이로 인해 한미동맹은 크게 요동쳤다.

반면 북한을 상대로는 정상외교를 펼쳤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에 임했고 세 차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북미정상회담 프로세스는 실패로 끝났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때 흔들렸던 한미동맹은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빠르게 회복·강화되어왔다. 특히 2023년 4월 한미정상회담에선 '워싱턴 선언'을 채택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고, 같은 해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3자 관계를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키로 했다.

반면 북미관계는 '제로' 상태에 빠져 있다. 아직 1기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10개월 정도 남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1990년대 초에 북미대화가 시작된 이래 북한측과 회담을 한 번도 하지 못(안)한 행정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바이든이 재선의 성공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특기할 만한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와 관련해 이미 본 연재 8편에서 대략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미관계에는 일대 파란이 예상되고, 북미관계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두 가지가 맞물리면 한국 내에서 독자적 핵무장론이 강하게 부상할 것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어떨까? 때마침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워싱턴을 방문해 전문가와 정책결정자 등을 두루 만나 3월 6일자 <NK 뉴스>에 기고했다. 그에 따르면, 워싱턴의 다수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본질이 "예측불허"에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노이 프로세스'를 재개하고 북한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고 한다.

이는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하기보다는 핵무기 연구개발 및 제조 시설의 폐기를 받아내고는 경제제재의 완화나 해제 및 북미관계 개선 조치를 취하려고 할 것이라는 뜻이다. 또 주한미군 철수론과 한국의 핵무장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도 전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1기 행정부 때와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노딜'로 이끌었고 주한미군 철수론을 잠재웠던 1기 트럼프의 행정부 내 '저항세력'이 2기 행정부에선 트럼프의 친위부대로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린이" 트럼프를 가르쳤던 "어른들"이 트럼프 2.0 시대에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현지시각)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란코프가 만난 워싱턴의 몇몇 전문가도 이 점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된 트럼프가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로" 참모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군비통제에 기반을 둔 북미협상이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란코프의 진단이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해왔던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단계'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4일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전 세계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단계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역시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비핵화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8일에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많은 가치 있는 영역이 있다"며, "오판이나 우발적 확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위험 감소, 제재, 신뢰 구축, 인도주의적 협력이 그것들"이라고 밝혔다.

이는 워싱턴 다시 전문가들의 예상, 즉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북한과 군비통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흡사한 내용을 품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포기할 순 없더라도 중단기적으로는 북핵 동결과 감축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초당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주변국들의 북핵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고 있고 러시아는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도 최근에는 '톤다운'에 들어간 상황이다.

아마도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중·일·러 모두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재구성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해도 북한을 마냥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에서 북한이 '다크호스'로 등장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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