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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도명의 인도 여행(3)

기사승인 2024.03.21  10: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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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도시철도를 이용해서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빠하르간즈로 갔다. 델리 메트로는 처음 타봤는데, 공항처럼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등 복잡했지만 시설이 너무 세련되서 많이 놀랐다.

델리 도시철도 1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도 우리가 보아왔던 인도가 아니었다. 인도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릭샤보다 택시나 승용차가 더 많아진 듯 보이는 건 그만큼 경제력이 커졌다는 것일 터.

메트로에서 내리자 달려드는 릭샤꾼들을 뿌리치고 1km되는 거리를 걸어서 드디어 빠하르간즈 입성! 도시 안에 존재함에도 그 경계 안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델리 도시철도 2

그 많은 변화에도 묵묵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 정신없는 무질서와 소란함과 더러움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아이쿠. 정신없어! 하지만 이제야 인도 온 기분이 드네요.” 끊임없이 달려드는 릭샤꾼들을 물리치며 말했다. “그러게요. 얼른 숙소로 갑시다.”

이미 예약한 숙소를 두리번거리며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여행 앱에 올라온 정보에 비해 시설은 안 좋았지만 따뜻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쌤쌤으로…. 짐을 풀고, 씻은 다음 거리로 나섰다.

“점심을 어디가서 먹을까요?”
“루프탑 카페로 갑시다. 일단 위로 올라가서 함 내려다보고 싶네요.”

기억을 되살려 이전에 갔던 곳을 올라가니 자리가 없다. 그 맞은 편에 새로 생긴 듯한 곳이 보여 그리로 올라갔다. 요즘 그리스 신화 다시 보기 중인데 딱 그 느낌이다.

인간세계의 분주하고 어지러운 일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또 하나의 분주한 신들의 세상. 온갖 소음과 릭샤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하늘이 뿌옇다. 아마 서울 하늘보다 더할 듯싶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안 보인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여행자의 거리에 외국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번 여행 기간 내내 느낀 거였지만 외국인 여행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인도인 여행자들이 많아져서, 어딜 가나 인도인들로 가득했다.

하긴 워낙 큰 나라이니 자기네 나라여도 외국을 다니는 느낌일 것 같긴 하다. 일단 언어들이 다 다르니 인도인끼리 만나도 영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나빈에서 만난 동포

“여기 나빈가게라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인도인이 여행 안내소를 하고 있대요.” 점심을 먹으며 이샘이 인터넷에서 보았다며 얘기했다. “그래요. 그곳이 어딘데요?” “주소랑 지도가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다음 행선지인 다람 살라행 버스표를 예매해야 해서 여행사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이왕이면 소통이 잘 되는 곳이 낫겠다 싶어 각자 폰으로 검색을 해보고 최근 정보에 의지해서 찾아 나섰는데….

빠하르 간즈의 뒷골목

두 시간여를 헤매고 다녔음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엉뚱한 주소였다는…. 다리도 아프고 공기도 안 좋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파파야와 오렌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휴식.

저녁 식사도 점심 먹었던 곳에서 했다. 그런데 낮에 없던 사장이 오더니 “안녀엉 하쎄요?”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한국말 할 줄 아세요?” 물으니 “쪼금!” 하며 웃는다.(나중에 들으니 코로나19 때 외국 여행객이 확 줄고, K-pop 문화가 인도를 휩쓸고 갔다고 했다. 그때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보고 들으며 한국말 배운 사람이 많아졌다고….)

거미줄 같은 전선들. 전기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

“혹시 나빈가게 알아요?” “물론이지요. 나빈하고 친구예요.” “헐. 우리 한참 찾아다녔어요.” 이렇게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그곳을 찾게 되었다. 그곳은 안 찾아다닌 곳과는 전혀 다른, 오히려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린내가 진동하는 좁디좁은 골목길 저 안쪽에 ‘나빈가게’ 라는 하얀 쪽간판에 한글로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씌어있다. 안에 들어서니 한국 사람은 이곳에 다 모인 모양. 익숙한 언어가 서툰 발음과 함께 둥둥 떠다닌다.

빠하르 간즈의 전경. 낡디 낡은 건물들 속에 온갖 상점과 노점상, 릭샤와 자동차, 소와 개 그리고 여행객들이 뒤섞여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건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곳!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감정과 함께 모여있는 한국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곳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유튜브에 영상도 많이 올라와 있어서 참고하면 될 듯하다.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 대부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우리 또한 정말 필요한 도움을 많이 받아서 참 고마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인연 따라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는 듯하니, 각자 자기 인연 따라 관계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곳에서 보리와 이샘은 인도 유심으로 바꿨다. 난 보리와 함께 있으니 안 해도 되겠다 싶어 그냥 있었는데, 문자만 확인해도 자동 로밍이 되어 결국 오천 원 아끼려다 몇 만 원 뒤통수 맞고서야 심을 갈아 끼웠다( 나중에 폰을 잃어 버린뒤에야 심을 바꾸길 백번 잘했다는 걸 알게 됐다는…!).

나빈 가게에서 만난 인도인. 한국에서 어학 연수하고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있다고... 이날 서로 페친 됐다는~^^

다람살라행 버스표도 예매하고 환전도 했다( 환전율 최고! 심값과 대행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폰 개통도 완전하게 처리해주었다).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 온 한국인들과 여행 정보를 공유하다가 한 분이 자기가 묵고 있는 숙소가 좋다며 소개해 준다하여 따라갔다. 나빈가게에서 좀 더 가까운 곳이었는데 그분이 매니저에게 자기 친한 친구라며 한참 흥정을 해서 두 개의 방을 400루피(6400원)나 깎아주었다.

점심으로 먹었던 인도 요리, 탈리와 씨즐러

어제 묵었던 곳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어서 바로 결재하고 나빈가게로 다시 갔다. 여행객들이 다 떠나고 나빈과 동생 악쉐이만 있어서 가져간 우클렐레를 꺼내 노래도 함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나빈! 혹시 한국 노래 아는 거 있어요?” 물으니 “얼마나~ 얼마나~”

한껏 감정을 넣고 표정을 지으며 익숙한 멜로디를 부른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 다음에 다시 오면 그 노래 같이 부르자고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신명섭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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