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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말 폭탄, 통쾌하기는 하겠지만... 글쎄?

기사승인 2023.05.15  00: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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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막가파식 언어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말이란 잘 사용하면 사랑의 매개물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극악한 흉기가 된다. 윤 정권 들어서고 우리는 흉기가 된 말의 완판 편을 매일 접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에 국민의 정서가 병들고 있어서 걱정이다.

'바이든-날리면' 발언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대통령의 설화(舌禍)는 이미 뉴스거리가 못 된지 오래이다. 사실과 진실을 외면한 채 국민을 편 가르는 기제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확대 재생산된다.

김남국 의원이 지금 여당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국힘당 지도부에서 당원에 이르기까지 김 의원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는 작금의 모습이다. 이런 말 폭탄을 보면서 느끼는 마음은 스산하기 짝이 없다.

여당 쪽 사람들의 감정 섞인 언어와 야유성 공격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수준 있는 언어 사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소수의 극단적 지지자들 외엔 머리를 가로젓지 않을까. 그들과만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으리라.

설령 김남국 의원이 큰 죄를 지었다고 해도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이런 식의 언어폭력은 국민의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훑어보면 김 의원보다 더 한 여당 정치인들 한둘이 아닐 것이다. 캥기는 놈이 큰소리 친다는 말이 있지 않나.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재정넷’은 고위공직자 가상자산 보유현황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 공격에 신이 난 정치인들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의 기세라면 앞장서야만 하지 않겠는가. 

김 의원이 자진 탈당하자 국힘당은 '꼬리 자르기 탈당쇼'라고 비아냥댔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꼼수라고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이는 말들이 정말 가관도 아니다.

여권 인사들이 동원한 말들을 보면 과연 양식 있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사기꾼', '골병', '단 1원' 등은 대통령이 한 말이다. '탈당이 만능키?', '가난 코스프레', '코인 부자', '방탄용 탈당쇼', '쩐당대회', '민주당 해체'... 지도부의 언어다.

언어 사용의 핵심은 이해와 공감이다. 위와 같은 조야한 말로 국민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자신들은 백조 같이 깨끗하고, 상대는 까마귀와 같은 검은 존재로 착각하지 않고는 이런 말을 감히 내뱉을 수 없다.

여당 사람들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 코인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 '가난 코스프레'로 국민을 속였으니 민주당 탈당이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던져야 한다. 김남국의원이 탈당하기 전에 나온 논평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누구 좋으라고!

여야 구별 없이 탈당이 정치인의 보신책 내지 안전핀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나도는 말이다. 그렇게 이용되어왔으니까. 하지만 대립 관계에 놓여 있는 두 당 중의 한쪽 당이 상대당에게 탈당이 아닌 사퇴 요구를 할 때 웃음거리가 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11 uwg806@yna.co.kr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국힘당은 그들이 즐겨 말하는 '꼼수 탈당'에서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꼼수 탈당이란 말을 들었을 때 얼핏 세 사람이 떠오른다.

박덕흠 곽상도 송언석 의원이다. 박 의원은 가족 기업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특혜수주 의혹을 받았을 때 탈당했다. 곽상도 당시 의원은 화천대유로부터 아들이 6년 근무 후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문제가 되어 탈당했다.

송언석 의원은 지난 2021년 4·7보궐선거 당사 개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았다며 당 사무처 직원에게 폭행을 가해 물의를 빚자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탈당했다. 송의원은 탈당 두 달만에 슬그머니 복당했다.

이런 국힘당이 공자연(孔子然)하며 김남국 의원에게 맹공을 퍼부을 자격이 과연 있을까. 김 의원은 자본주의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로 진행된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주홍글씨가 찍혔다.

정권과 그에 빌붙어 있는 검찰 그리고 수구 언론이 한패가 되어 하이에나처럼 젊은 정치인을 물어뜯고 있다. 눈엣가시였던 투사형 정치인을 이참에 매장시키고 말겠다는 기세다.

김남국이 잘못했으면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잘못인지의 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으려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저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언어 폭력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조폭의 논리이다.

권력이 죄의 지렛대인 시대는 벗어나야 한다. 정권이 바뀌자 사회 전반이 구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전 정권의 죄인이 현 정권의 영웅이 된다. 전 정권이 임명한 인사라고 해서 갖은 곤욕을 당하며 쫓겨나야 하는 현실이다. 

역사는 지그재그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헤겔은 이것을 정반합의 법칙으로 풀어 설명했고,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틀로 이해했다. 단재 신체호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했다. 역사 발전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연합뉴스 자료사진)

협치를 약속한 대통령이 취임 1년이 지났는데도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제1야당 대표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만 알고 정치는 모르는 사람이다. 정치는 상식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많다.

또 정치를 말할 때 종종 듣게 되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한다. 설령 이재명 대표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해도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범죄시할 수 있는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도 것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건은 치열한 법리 다툼 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인데도 야당 대표를 기피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를 주저앉히려는...

유검무죄(有檢無罪) 무검유죄(無檢有罪)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최은순을 비롯해 친윤은 무죄인 반면 소위 비윤 반윤 인사들은 유죄를 받는 현실을 두고 나온 말이다. 검찰이 주도하는 이런 흐름은 그들이 즐겨찾는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정치인 특히 대통령을 비롯해 국힘당 지도부를 볼 때 협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물고 뜯는 동물의 정치가 판을 칠 것만 같다. 상대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막가파식 말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말이다.

여기에 정권과 결탁한 검찰의 선택적 수사가 횡행할 것이고... 하나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식의 편향된 검찰 수사는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확인시켜 주는 것일 뿐, 결코 그들을 위하는 길도 아니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과연 설 자리가 있을까?

지금 우리는 역사의 후퇴를 몸소 경험하고 있다. '역사의 후퇴'는 관념의 용어가 아니라 현실적 용어가 되어 버렸다. 친일이 힘을 받았던 시대는 일제강점기 때다. 대량 살상 전쟁 무기를 사 재늘 일은 전쟁의 시대에나 필요하다.

이것뿐 아니다. 정적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매장시키겠다는 것은 유신독재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된다.

결국 국민이 짊어져야 짐이다. 대통령과 권력만 생각하고 국민을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은 국민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집권을 하게 한 것도 국민이다. 해방 직후 거리를 활보했던 서북청년단과 땃벌대가 부활한 사회는 정상적이 못 된다. 

말은 인격이다. 확대해서 말은 국격일 수도 있다.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의 말이 그래서 중요하다. 품위 없는 대통령의 말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막가파 식 정치인들의 언어 폭력은 사회를 멍들게 한다. 말 조심해야 한다.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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