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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기형도의 '엄마 걱정'

기사승인 2023.05.08  12: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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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걱정
                    詩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어버이날이다. 내 연배의 사람들은 어버이 없이 어버이날을 맞이할 것이다. 부모님은 살아계시는 자체로 큰 의지가 된다. 기형도가 어머니를 주제로 남긴 시가 있다. 조숙했던 아이는 철들기 전부터 늘 어머니를 걱정했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엄마 없이 어떻게 살지? 그래서 시의 제목도 '엄마 걱정'이다. '엄마의 걱정'도 되고, '엄마를 걱정'하는 것도 된다. 중의적이다. 왼종일 나와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생활의 팍팍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의 생계를 떠인 엄마는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엘 갔다. 말이 삼십단이지 그 무게를 생각해 보았는가! 무게를 버티는 육신의 힘은 가족에 기인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렇게 살아왔다. 어버이날, 갈 길 잃은 카네이션꽃이 더욱 애처롭게 다가오는 현실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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