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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박노해의 '입춘이면'

기사승인 2023.02.04  1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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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면(詩 / 박노해)

 

 

입춘이면 몸을 앓는다

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

은밀한 떨림을 듣는다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눈발이 눈물로 녹아내리고

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

산 것과 죽은 것이

창호지처럼 밝구나

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

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

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

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

은미한 발자국 소리 들으며

 

 

 

입춘이다. 봄(春)이 선다(立)는 것은 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한 지인은 立春 대신 入春을 고집한다. 봄에 들어간다는 뜻에서다. 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세를 떨치던 동장군도 시나브로 머리를 숙이기 시작했다.입춘은 오늘의 햇살을 여느 때보다 따스하게 다가온다. 박노해가 입춘에 대한 시를 지었다. '입춘이면'이다. '~이면 ~이다' 형식의 시다. 전제에 따른 정의. 서정적 감성으로 처리했다. '노동해방' 박노해의 서정시라!  하지만 서정을 극도로 농축하면 노동시가 된다. 노동시와 서정시가 별종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에서 '산 것과 죽은 것이 창호지처럼 蛋립'라고 했는데, 노동시와 서정시도 종이 한 장 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양자 따 진실을 전제할 때 성립되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에서 육체의 현상을 읽어내는 시인의 안목이 대단하다.'몸을 앓는다', '은미한 떨림', '눈발이 눈물로', '언 겨울의 품'... '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 '은미한 발자욱 소리'. 입춘이면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耳穆),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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