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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김천시 증산면 인현왕후길에서...

기사승인 2020.08.24  00: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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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김천시 증산면 인현왕후길에서...

오늘도 여전히 덥습니다. 
입추(立秋)는 오래 전에 지났고,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오늘이니 초가을이라 해도 될 텐데....아직까지 더위는 물러 갈 마음이 없나 봅니다. 

모처럼 휴일이라고 아내와 둘이서 
인현왕후길로 산책을 나왔습니다.

길에 들어서자마자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떨어집니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나오는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라는 글귀가 생각이 났습니다.

한부분만 인용을 해 보겠습니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쪽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질 때...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하게 내리고, 그리운 이의 인적은 끊어져 거의 일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래서, 벽은 헐어서 흙이 떨어지고..."

.....기억이 나시는 지요?
한낮의 인현왕후 숲속에도 수필 속의 "초추의 양광"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슬프고 아련한 빛이 아닌 밝고 기쁨 같은 양광(陽光)이 떨어집니다.
매미소리가 처량하게만 들립니다. 
떠나가는 마지막 여름을 잡으려는 최후의 발악으로도 들리네요. 

이제 곧 수도산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겠지요? 
이곳 인현왕후길이 깔려있는 수도산에는 청암사와 수도암이라는 오래된 절집이 두 곳이나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신라시대 최고의 고승이라는 도선국사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지요.

조선시대 인현왕후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는 한참 뒤의 이야기랍니다.

가끔씩 소문으로 '인현왕후길'을 들으신 분들은 큰 기대를 않고 여기에 온답니다.
하지만 막상 길을 들어서면 너무 마음에 든다네요.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니 걷기에도 좋고 길바닥에 낙엽이 쌓여서 바스락거리니 기쁨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답니다. 

오늘도 마지막 여름을 즐기려는지
여러 산악회에서 많이들 오셨더군요. 모두들 즐거운 듯 매미소리보다 옥타브 높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인현왕후길은 전체가 9km인데 평지 같은 산길이라 걷기에 편합니다.
조금만 걷다가 다시 돌아가기도 쉽구요.
중간 중간에 쉼터도 많이 있습니다. 
통나무를 반으로 가른 나무의자도 있고 이번에 김천시에서 반듯한 오석으로 멋진 의자까지 만들어 설치를 했더군요.

수도산의 높이가 해발 1,317m인데 인현왕후길은 700~800m에 있답니다.
그래서 야생화의 천국이기도 하지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걸었더니 벌써 10,000보를 훌쩍 넘겼네요. 
저는 이쯤에서 산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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