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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칼럼] 신자의 언행과 그 공적 의미

기사승인 2020.08.01  0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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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충구(감신대 은퇴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

우리사회는 분명히, 서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나는 이 변화를 억압적 체제에서 자율의 체제로의 이동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런 변화가 계몽주의를 거쳐 18세기 말부터 시작되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민주사회를 어느 정도 이루어 냈다.

민주사회에서는 법치와 인권이라는 개념에서 나오는 기본 가치를 상식으로 존중하는 사회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법치와 인권이 떠받드는 기본 가치(Grundwerte)를 파괴하면 민주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기본 가치에는 '자유, 정의, 평등, 연대'가 흔히 일컬어진다.

민주적 질서나 가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기본 가치는커녕 정의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후진적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유감스럽게도 교회 안에는 후진적 의식이 깊이 내재해 있다. 강단에는 거의 100% 남성 목사만 서 있고, 여성 목사는 있다 해도 보조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박충구(감신대 은퇴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

부유한 자들이 교회 결정권을 좌지우지하고 가난한 자들은 발언권이 거의 없다. 이런 단적인 예만 보아도 교회란 평등이나 자유를 가르칠 자정 능력이 이미 결여된 집단이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교회가 ‘덜 된 집단’으로 남아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 덜 개화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마치 더 좋은 신앙을 가진 것인 양 치부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왜 교회가 ‘덜 개화된’ 집단으로 머무는 것일까? 나는 우선, 성직자들이 세속화되어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성적 일탈, 물질에 대한 욕심, 그리고 어줍지 않은 권위를 주장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둘째는, 성직자의 판단 능력에서 전근대적 가치를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억지하는 시대착오성이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억압은 자유보다 정당성이 적고, 불평등은 평등을 이길 수 없다. 하물며 불의한 것이 어떻게 정의를 이길 수 있겠는가. 셋째, 교회 지도자들의 공적 발언에서 드러나는, 공감능력 없는 허위 우월성 주장에도 그 원인이 있다. 아주 쉬운 예로 ‘차별금지법’을 악법이라며 반대하는 것이 바로 그런 허위의식의 소산이다.

제 아무리 좋은 소리 같아도 사람을 차별하겠다는 주장은 명백한 도덕적 오류요 틀린 소리다. 동성애에 대하여 호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그대의 감정이고 생각이라면 거기서 그쳐야 한다. 그러나 동성애자를 그대보다 못난 인간, 저질 인간이라며 공공연히 비난하고 차별하겠다고 다닌다면 그대의 이마엔 영락없이 차별주의자 낙인이 찍힌다.

차별주의자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식과 판단을 유통시키는 덜된 인간이다. 과거에는 사회 과학적으로, 정신 의학적으로, 심리학 영역에서 동성애를 질병에 걸린 사람으로, 이상 행동하는 이로, 반사회적 존재로 간주하고 차별했지만 지금은 모든 학문 분야에서 그런 덜된 짓을 하지 않는다.

그대가 기독자로서 교회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대의 언행은 ‘그리스도의 편지’로서 하나님의 교회를 대리하는 공적인 의사 표현으로도 읽혀지기 때문이다. 옳지 못한 편견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세상이 오래 전에 버린 낡은 판단을 마치 진리처럼 붙잡고 늘어진다면 그것은 그대의 조야한 인식 능력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는 그대가 민주사회가 피 흘려 지켜온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인간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그대가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는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 증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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