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장성익 칼럼]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허하라

기사승인 2019.12.06  16:52:34

공유
default_news_ad1

- 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한국교총을 비롯한 보수 성향 교육단체들이 만 18세인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기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정치판으로 끌어들여선 안 된다”다는 게 핵심 명분인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주장은 민주주의와 개혁을 원하지 않는 자들의 허튼소리다. 

청소년은 단지 학생일 뿐일까?  아니다. 국민이고, 시민이고, 주민이다. 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이 나라의 주권자다.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사실 18세부터 투표권을 주자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젊은이들한테서 지지를 받기 어려운 보수적인 정치세력과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완강하게 반대하는 탓에 여태껏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것은 시대의 큰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5개 나라 가운데 선거 연령이 19세 이상인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나머지 나라는 모두 18세 이하다. 
전 세계 232개 나라 가운데 215개 나라에서 선거 연령을 18세 이하로 정하고 있다. 무려 92.7%에 이르는 압도적 비율이다. 

고령화와 정치 보수화 현상이 심각한 일본마저 젊은 층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20세에서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췄다. 

심지어는 선거 연령 기준이 16세이거나 17세인 경우도 더러 있다.  예컨대 오스트리아는 2007년에 18세에서 16세로 낮췄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투표권 연령을 16세로 낮춘 뒤 2015년부터는 모든 선거의 투표권을 16세 이상에게 허용했다. 

독일(16개 주 가운데 10개 주)과 스위스는 지방선거에 한해 16세까지 투표권을 준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만 되면 도지사, 시장, 교육감을 자기 손으로 뽑고, 고3이면 스스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고등학생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사례가 있다. 

이 외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쿠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등에서도 16~17세부터 투표를 한다. 

어느 모로 보나 19세가 기준인 우리나라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그러므로 선거 연령을 19세로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국가적 수치’라 할 수 있다.  우선은 하루빨리 18세로 낮춰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앙선관위에서도 선거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지방선거는 아직 한참 남았지만, 사실 교육감 선거 투표권은 16세 이상 모든 청소년에게 허용해야 한다.  교육의 3대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다. 그런데도 교육에 관한 한 커다란 권한을 행사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유독 학생에게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이것은 중대한 인권 침해다.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에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2013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감 선거는 다수 청소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청소년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선거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 연령 기준을 다르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 

참고로 다른 법을 한번 들여다보자.  결혼 가능 연령을 규정한 민법, 입대 연령을 정한 병역법, 운전면허 취득 기준을 정한 도로교통법, 8급 이하 공무원 시험 응시 가능 연령을 정한 공무원 임용 시험령 등은 모두 18세 이상을 연령 기준으로 삼고 있다. 취업 연령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에서는 15세 이상이 기준이다. 

특히 고약한 것은 병역법이다.  국방의 ‘의무’는 그렇게 일찍부터 지우면서 정치적 ‘권리’는 왜 일찍부터 주지 않는가?  전 세계 대다수 청소년이 이른 나이부터 투표권을 누리는 이유가 이들이 우리나라 청소년들보다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우수해서라는 말인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4.19혁명 당시 정부의 잔혹한 진압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41%(고교생 36명, 대학생 22명, 중학생 이하 19명)가 꽃다운 학생들이었다.   1980년 광주항쟁 때에도, 2008년 광우병 관련 촛불 시위 때에도, 2016~17년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 항쟁 때에도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어엿한 주역으로 대거 참여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그랬다. 당시에도 식민지 현실에 분노하고 조국의 독립을 갈망했던 수많은 청소년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혁명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주역 가운데 하나였다.  이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어떤 결정의 영향을 받는 이들은 누구나 그 결정에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이 옳다는 신념에 기초한 정치 질서가 민주주의다.  당신은 민주주의의 정신을 옹호하는가? 그렇다면 선거 연령을 낮추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