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한반도 대전환 시대 위기: 남북관계 후퇴와 북미관계 정체

기사승인 2019.09.23  22:59:13

공유
default_news_ad1

- 이재봉(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

이재봉 교수(원광대 정외과, 평화학)

2018년 9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매우 뜻깊었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간 치렀던 한국전쟁을 65년 동안 어정쩡하게 멈추거나 (정전停戰) 쉬고 있는 (휴전休戰) 비정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끝내자고 (종전終戰) 약속한 것이다.

이와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직접 연설한 것은 몹시 감동적이었다.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그림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남북관계의 후퇴

1년이 흐른 2019년 9월 현재 남북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첫째, 군사적 적대관계를 끝내기로 했지만, 남한은 국방비를 크게 늘리며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수십 대를 도입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한 달에 한 번꼴로 미사일이나 대포를 쏘아 올렸다.

둘째,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정상화하며, 서해 경제공동특구와 동해 관광공동특구를 추진하는 등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기로 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셋째,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곧 열고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준비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넷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남한을 향해 조롱과 비난만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의 정체나 후퇴는 남한 탓이 크다. 우리는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을 비롯한 새로운 무기 시험발사를 10번이나 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난하지만, 먼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쪽은 남한이다. 남한은 적어도 20년 이상 최소한 10배 이상 북한보다 군사비를 더 많이 써왔으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더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첨단무기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다. 해마다 미국과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미국의 눈치만 볼 뿐이다. 미국의 동의나 허가를 받지 못해 북한과 약속한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적대시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크게 늘리며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많이 도입하는 것은 남한이 1970년대부터 추구해온 자주 국방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북한의 군사비는 기껏해야 남한의 1/10 수준이고 많아야 미국의 1/100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첨단무기를 들여오지도 못한다. 러시아나 중국과 단 한 번도 합동군사훈련을 벌이지 않는다. 남한의 군비 증강과 한미군사훈련에 맞서 할 수 있는 대응이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 ‘도발’ 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철도와 도로 연결은커녕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조차 하지 못하는 남한에 대한 실망이 조롱과 비난으로 이어진다.

한편,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곧 협상이 재개될 것 같다. 북한과 미국 또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서로를 필요하면서도 쉽게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양쪽의 협상술 때문이다.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기에 자신은 될수록 적게 주고 상대로부터 가능한 많이 받기를 원한다. 둘 다 협상의 귀재다. 김정은은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양보나 굴복을 받아내는 ‘벼랑끝 협상술’을 펼친다.

트럼프는 회담을 취소하거나 뒤엎는 등 미친놈처럼 굴며 상대의 양보나 굴복을 받아내는 ‘미치광이 협상술’을 구사한다. 서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상대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 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까지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이 필요한 이른바 ‘공생 전략’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좋아하는 이유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협상을 통해 꼭 얻고자 하는 게 있다. 우선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북한은 2016년부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연도 2020년까지 성과를 내야한다. 게다가 2017년 9월 수소폭탄 시험 및 11월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시험에 성공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2018년 4월 ‘경제집중로선’ 정책을 선언했다. 군사건설을 끝냈으니 경제건설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 수 없고,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한이든 중국이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직접 투자하지는 않더라도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IMF)을 통해 북한에 투자가 들어가고, 일본의 식민통치 보상이나 배상금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껴안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사랑하는 이유

트럼프 역시 김정은과의 협상을 통해 꼭 얻고자 하는 게 있다. 크게 두 가지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대통령에 재선되는 것이다. 첫째, 트럼프는 작년부터 노벨평화상을 받기 원했다. 틈만 나면 비판하는 전임자 오바마는 집권 첫해 2009년 특별한 업적도 없이 이 상을 받았다. 트럼프가 얼마나 수상을 원하면 체면 사납게 아베 일본총리에게까지 자신을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겠는가.

영변 핵시설 폐쇄와 종전선언 및 연락사무소 개설 정도의 ‘작은 거래 (small deal)’는 노벨평화상감으로 족하지 않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미국 정계와 언론의 부정적 시각을 덮기도 부족하다. 모든 핵시설 폐쇄와 평화협정 및 수교 정도의 ‘큰 거래 (big deal)’라야 온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노벨평화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것을 기대하며 지난 2월 하노이에서의 작은 거래를 뒤집어버리는 ‘미치광이 협상술’을 써먹은 게 아닐까.

둘째, 트럼프는 2020년 11월 대통령 재선을 원한다. 언제든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경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후보 선택의 제1 결정요인이란 말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집권 이후 2019년 9월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괜찮은 편이다. 그가 큰소리치는 대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많은 국제경제학자들의 예상대로, 내년부터 세계경기가 침체되어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더라도 트럼프의 잘못으로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더 유리해지려면 이른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경제업적에 안보성과를 덧붙여야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 더 넓어진다는 뜻이다.

안보성과를 가장 얻기 쉬운 곳이 한반도다. 선거 이전까지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핵무기 완전 폐기를 바꾸면 된다.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의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은 급속하게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있기 때문에 군산복합체와 주류정치세력의 거센 저항과 반발이 있겠지만, 트럼프는 국방비 절감을 내세우며 밀어붙일 뚝심을 지니고 있다.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국교정상화까지 이룬 터에 주한미군이 왜 필요하냐는 주장으로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정은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선물이 또 있다. 19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되어 지금까지 대동강변에 전시되어 있는 미국해군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돌려받는 것이다. 미국해군 역사상 가장 큰 치욕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 미국이 오래 전부터 돌려받기 원했기에 김정은이 당장 반환한다고 해도 트럼프는 거부하리라 생각한다. 대통령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2020년 가을쯤 돌려달라면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북미협상이 진전되면 남북관계 역시 호전되지 않을 수 없다. 한미공조에 따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2018년엔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었듯, 2019년엔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먼저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다. 군사적 긴장이 줄어들고 교류협력이 늘어나며 서로의 정치안정과 경제성장에도 활력소가 되지 않겠는가.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