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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용마 기자, 세상을 뜨다

기사승인 2019.08.21  15: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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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1일 새벽,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

이용마 기자가 세상을 떴다. 오늘(8월 21일) 새벽(06:44) 서울 아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1969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50세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할 일을 적지 않게 남겨 두고…. 1996년 MBC에 기자로 입사해서 언론노조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그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으로 2012년 파업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해고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명박 정권 때다. 같이 해직되었던 최승호 PD가 2017년 사장으로 임명되자 그는 복직을 했지만 이 때 이미 건강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복직 사흘 후 마지막 출근을 했으며 그 후 계속 병원에서 병마와 싸웠다.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이용마는 이론을 겸비한 실천가이다. 학구열도 대단했다. 그가 쓴 책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창비, 2017),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화추진협의회(공저)』(오름, 2015),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개혁과제』(사회평론아카데미, 2014)가 있다.

그는 민주 언론 문화 창달에 기여한 공로로 2017년 제5회 리영희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거쳐 그 학교에서 정치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쁜 기자 생활 중 받은 학위여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대우교수로 그리고 숭실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야말로 갖고 있는 달란트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한 셈이다. 하늘도 시샘을 했을까. 그렇게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이용마 기자의 장례는 MBC 사우장으로 치러지며 유족으로는 부인 김수영 씨와 자녀 현재 경재 씨가 있다.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에 마련되어 있다. 발인은 23일 오전, 사우장은 23일 오전 9시 50분부터 상암 MBC에서 드려진다.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파크이다.

다음은 이용마 기자가 해고되고 나서 MBC 노조보에 기고했던 글이다.

[너를 믿는다]

15년 3개월 21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주식회사 문화 방송에 새겨진 저의 기록이 이 시간에서 멈추었습니다.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牙), 낭떠러지에 매달려 손을 놓아야 진정한 장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초 노동조합에 내려오면서 염두에 둔 말입니다. 이때부터 이미 이 순간을 예감했습니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운명'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찰 출두를 앞두고 어제 홀로 사시는 노모를 찾아뵈었습니다.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밥상을 마주하는 순간, 마침 재심결과 해고 확정을 알리는 통보가 회사에서 왔습니다. 주류 언론에서 MBC 파업 소식을 잘 전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해고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으셨습니다. 굳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고, 굳이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뭔가 짐작은 하고 계셨습니다. 에둘러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를 믿는다." 옳지 않은 것과 잘 타협하지 못하는 저의 성정은 사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저에게 건 믿음, 이건 단순히 당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갖는 믿음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믿음을 건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불공정 보도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언론사가 아니라 유독 MBC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다른 언론사가 파업을 한다고 할 때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MBC가 파업을 준비했을 때 냉소를 보였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건 믿음 때문입니다. '마봉춘'을 향한 애틋한 믿음이 배신으로 변하는 순간, 그리고 그 '마봉춘'이 다시 당신들의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애증의 감정이 격하게 교차하면서 분노와 냉소로, 그리고 이제 다시 열렬한 지지로 표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이번 파업은 향후 MBC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싸움입니다. 우리가 승리할 경우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감히 'MBC장악'이라는 꿈을 꾸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실패하면 MBC는 영원히 정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말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이 괴물은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고 어느덧 우리 일터에도 찾아왔습니다. 저에 대한 해고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피는 결국 언론의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한 자양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분노를 승리로 승화시킵시다!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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