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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일기(60, 최종회) - 마지막 인사

기사승인 2019.05.19  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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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2학기 방학 전에 군대 입영을 했다. 
학생이기에 일단 입영을 연기하고 
졸업 후 입영을 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조언도 있었지만 
늦은 학교생활로 너무나 힘겨움을 알았기에 
모든 일에 더는 늦고 싶지 않아 
휴학을 하곤 논산훈련소에 입대를 했다. 

운이 좋았던지 헌병으로 차출되어 
남한산성 아래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EBC 359기로 헌병교육을 마치곤 
경기도 양주 남면 신산리에 위치한 
25사단 헌병대로 배속되어 
파주 적성 마지리 파견대 곰시검문소며, 
제2검문소, 백학면소재지 파견대, 임진강 틸교검문소 등 
두루 거치며 3년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제대를 하였다. 

제대 후 포항제철 다니는 형님의 권유로 
인천제철에 취직하여 몇 달 근무하다가 
머릿속에 가득한 목장을 일구고픈 마음에 
그만 두곤 다시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가 기르던 한우 2마리를 팔아 
젖소 송아지 3마리로 꿈에 그리던 목장을 시작하였다. 

착유우는 먹이도 시간을 맞춰줘야 하고 
착유도 늘 시간을 맞춰 짜줘야 했고 
청초를 늘 배불리 먹여야 유량이 많기에 
경운기로 매일 풀을 베어다 줘야 했다. 

이 지역에선 내가 처음 시작한 목장이었기에 
착유한 우유는 진천읍 삼양우유 집유소로 
2일에 한 번씩 차로 실어 날라야 하는 
힘든 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내 꿈을 펼침과 
보름에 한 번씩 나오는 우유대금에 흠뻑 기쁨에 취해 
늘 신나게 일을 해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농어민 후계자를 육성 지원하는 덕에 
후계자로 선정되어 이자도 싼 장기저리 자금을 받아 
중급 목장으로 규모도 늘렸고 
전국 우수후계자로 선정되어 
일본으로 연수까지 다녀오는 영광도 얻었다. 

일찍이 가톨릭 신앙생활 덕에 
가톨릭 농민회장직을 맡아 
군사정권 퇴진 민주화 운동에 지역 선봉장 역을 맡아 
최루가스에 흘린 눈물이 몇 말은 됐을 거다. 

관공서에선 요주의인물로 찍혀 
늘 감시의 대상이었고, 
대회 하는 날엔 면장님과 지서장님이 
우리 집 안방을 차지하곤 못 나가게 붙잡아 댔으며, 
밖엔 정복경찰 몇이 보초를 밤새 서준 덕에 
도둑이 얼씬도 못 했었던 지난 날. 

민주화가 된 이후, 
우리의 카농운동은 정치 투쟁이 아닌 
인간이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유기 농산물 먹거리 생산 쪽으로 방향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음은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고교 3년 과정은 
직장과 농사일 하느라 거의 못 다녔음에도 
졸업장을 안겨줬는데 예전이니 가능했겠지요? 
말만 고교졸업이지 
졸업장다운 졸업장은 국민학교 거뿐이고 
동창회도 국민학교밖엔 못 나가고... .

1990년 아버님께서 
위암으로 일찍이 세상을 뜨시어 
문상 중에도 시간 맞춰 젖 짜랴 먹이 주랴 기가 막혀서 
내가 꼭 이래야 사나 싶은 맘이 들어 
그 동안 해온 목장을 접고는 
한우 비육과 인삼 농사를 하며 
오늘날의 촌놈이 되어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 

 

'촌놈일기'를 소개해서 본 신문에 연재되게 도와준 정윤영 님

* 촌놈일기’ 애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난 2월부터 연재했던 ‘촌놈일기’가 60회로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영숙이와의 사랑 얘기 등 더 흥미진진한 얘기를 기다리신 분들은 ‘촌놈일기’가 너무 빨리 끝나서 몹시 아쉬워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글은 주인공인 이종옥 친구가 15년 전쯤, 1954년생 말띠 카페에 올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글인데 그때 사정이 있어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했더랬습니다.

그 뒤, 제가 카페지기로 있는 ‘바람재들꽃’이란 들꽃 카페에 다시 소개하여 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소개했던 좋은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 못하고 그냥 묻히고 마는 것 같아 책으로 엮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 이번 기회에 여러분들께 소개한 것입니다.

저는 국어교사 출신이라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말하지 않더라도 좋은 글이란 진솔하고 쉬운 글이어서 읽는 이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하는데 ‘촌놈일기’가 바로 그런 글이었습니다.

 19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베이비붐세대는 그야말로 전후세대로서 지독한 가난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70년대 산업화시대엔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도시화의 한가운데서 산업역군들로 활동하던 세대였습니다.

글 속의 주인공은 충청도 괴산의 시골 태생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가난을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이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끝까지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서 ‘맞아, 그땐 그랬었지’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생활사가 잘 드러난 이 글은 기록문학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여 귀한 것을 모르는 요즘의 젊은 세대가 읽으면 조금이나마 전 세대의 가난과 아픔을 이해할 수도 있을 테고, 어린 아이들에겐 정직하고 좋은 글쓰기의 모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주인공은 지금도 여전히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국어교사였던 저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지요.

‘촌놈일기’의 진짜 주인공 이종옥 친구는 글 속에 나오는 것처럼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4살 나이에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 험한 서울에서 5년간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친 뒤, 19살에 비로소 고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학 중이던 고2 때에 군에 입대하여 제대 후에는 15년 정도 목장을 경영하여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때는 가톨릭농민회 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기도 했지요. 그 뒤에는 다시 인삼농사를 30년 정도 하였으며, 인삼농사를 하면서 괴산군 청천면에서 ‘산골짝펜션’이란 펜션을 10년 정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갖은 고생을 많이 하였던 바 목장을 경영할 때 트럭에서 굴러 떨어져 갈비뼈가 모두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하여 고생하다가 지난해엔 척추탈골을 바로잡는 큰 수술도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의지가 강한 사람이어서 지금은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부인이 거주하는 청주에서 92세의 노모가 홀로 계신 청천을 오가며 매일 병간호와 효도를 실천하고 있는 그야말로 모범적이고 착한 사람입니다.

개인의 일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도록 허락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연재하는 동안 마치 자기 얘기처럼 함께 기뻐해주시고 안타까워해주시며 아낌없이 댓글로 격려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과연 저의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기를 꼭 책으로 내어서 페친 여러분께 자랑스레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의 연재를 마친 뒤, 이종옥 친구가 쓴 감사의 글을 함께 올립니다.

본 신문에 60회에 걸쳐 연재된 '촌놈일기'의 주인공 이종옥 님

‘제 글에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글을 옮겨 이곳에 실어준 정가네 친구 고마워요.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살아온 저인데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받고 나니 쑥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사실 일기를 공개한 것은 54년 말띠 친구들에게 동시대를 함께 살아왔기에 지난날을 회상하며, 현재의 삶을 더 행복해 하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정리해 올린 글인데 정가네 친구의 수고로 이곳까지 올려지게 되었군요. 크나큰 성원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2일에 한 번, 자전거를 60Km씩 타며 건강 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 많이 좋아졌구요. 진도군 조도 섬에 이동식 주택을 옮겨 놓고 손주들과 함께 노후를 즐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종옥 님의 '촌놈일기'는 책으로 출판되어 1960년대 어려웠던 생활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혹 출판 비용 등 책 출간에 도움을 주실 분이 있으시면 저희 신문사로 연락주십시오. 글쓴이와 연결시켜 드리겠습니다(편집자 記).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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