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보리도명의 인도 여행(5)

기사승인 2024.03.27  05:02:58

공유
default_news_ad1

다람살라에서 만난 마리나와 만K은 그곳에서 보낸 3주의 여정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특히 정이 깊고 사람 좋은 만K은 배울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얼마나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은지…. 약간 투박하고 날 것의 감정을 보여주는 마리나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그래서 잘 어울리기도 했다.

어느 날 마리나가 만K이 살고 있는 곳에 가보지 않겠냐 물어왔다. 그곳은 외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3시간쯤 걸어가면 된다고 했다.

예전에 다쳤던 발이 이번 여행 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많이 걸어서인지 걷고 나면 통증이 있곤 했다. 그래서 3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게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일단 승락을 했다.

산에 오르는 날. 최대한 간편한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경사가 급한 곳은 택시로 올라갔다. 만K은 집에서 내려오고 우리는 올라가다가 중간에 만나서 다시 올라가는 여정.

생각 외로 길이 평탄했지만 중간에 만K을 만나 좀 더 가니 점점 산이 깊어지며 가꿔지지 않은 야생의 풍경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곳에 티벳 승려들이 얼기설기 오두막을 지어 거주하며 수행하고 있었다.

곳곳에 기도 깃발들은 또 얼마나 매어 놓았는지…. 티벳인들의 신앙심은 남다르다. 언젠가 10개월에 걸쳐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까지 1,000km를 가는 티벳인들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지방의 작은 마을 주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뜻이 맞아 10여 명이 함께 순례를 떠나는데….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동하는 것이니 그 살림살이가 장난이 아니다. 하루 종일 온 몸을 내던지는 오체투지로 갈 수 있는 거리는 3~4km.

일행 중에는 임종을 앞둔 노인과 임산부. 10살이 채 안 된 어린 아이도 섞여 있다. 그 여정에서 노인의 임종 맞기도 하고 임신부는 출산해서, 그 아이를 등에 업은 채 절을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간다.

도대체 무슨 기도를 하는 것일까. 저렇게 절절한 모습으로 무엇을 바라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 놀라워서, 그런 궁금증을 일으켰던 것이 부끄러웠다.

“우리는 세상 모든 존재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합니다.”

흐른 땀이 소금이 되어 허해진 얼굴로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다시 몸을 던지는 평범한 티벳인들의 기도 때문에 아직 세상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티벳을 점령해서 온갖 폭정을 일삼고 있는 중국이 정말 싫어진다. 하긴 중국만이랴. 북미 인디언들과 뉴질랜드 마우리족. 아프리카에서 끌려왔던 수많은 원주민들 등등.

인간의 역사는 참으로 비루하고 부끄러운 행위들로 점철되어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와 부귀영화가 아니라, 세상의 평화와 평안을 위해 온몸으로 기도하는 이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아니, 나 역시 온몸을 던지지는 못해도 그저 하루 한 번이라도
세상의 평화와 평안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 산속 곳곳에서 바람에 날리고 있던 울긋불긋한 기도 깃발들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온 세상 가득 퍼져 나가기를….(終)

 

신명섭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