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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보수 가치 알고 행한 지식인"…신간 '조지훈 평전

기사승인 2024.04.23  02: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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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운동사학자 김삼웅, 행동파 지식인 면모에 초점 맞춰

조지훈 평전

[지식산업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사랑하는 젊은이들아 / 붉은 피를 쏟으며 빛을 불러놓고 / 어둠 속에 멀리 간 수탉의 넋들아 /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늬들의 공을 온 겨레가 안다"

국학자이자 시인, 논객, 교육자였던 지식인 조지훈(1920~1968)이 4·19 혁명 직후이던 1960년 4월 20일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고려대의 교지 '고대문화' 1면에 쓴 헌시는 4월 혁명의 대표시 중 하나로 꼽힌다.

4·19의 정신적 지주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당시 독재와 싸우다 희생된 제자들에게 바친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헌시로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4·19라는 횃불에 불을 지른 3·15 부정선거 직전에는 이승만 정권과 당대 정치인들의 지조 없음을 예리하고 준엄하게 꾸짖은 글 '지조론'도 썼다. 위정자들의 위선과 변절의 행태를 가차 없이 비판한 이 시론은 지금도 꾸준히 읽히는 명문이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자는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영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一朝)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 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조지훈' 하면 흔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하는 시 '승무'(僧舞) 등 전통적 정서를 노래한 청록파 시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다.

김삼웅의 신간 '조지훈 평전'은 이처럼 조지훈에 관한 논문과 저술이 주로 '시인 조지훈'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당대 정치·사회 현실에 적극적으로 발언한 논객이자 행동파 지식인으로서의 면모에 집중했다.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한 독립운동사학자인 저자는 특히 자유당 정권 말기 공명선거 전국위원회 중앙위원으로 반독재투쟁의 선두에 서고 이어지는 4·19라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 청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던 지식인 조지훈에 집중했다.

그는 조지훈을 "격동기 학자 지식인의 전범"이라고 요약한다.

조지훈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세와 일정한 거리를 둔 고고한 지식인의 정형이 아닌 혼탁한 세파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바른말을 하고, 정도를 걷고, 연구가 깊고, 박학다식하여 많은 업적을 남긴 실력파 지식인의 모습"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저술은 동시대 엘리트 청년들에게 양식이 됐고 품격 있는 각종 시론은 식자들의 행동지침의 역할을 했다"며 "비판정신은 맹목의 반대가 아닌 논리적이고 역사에서 사례를 찾는 사필(史筆)이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 조지훈을 '개혁적 보수지식인'의 전형으로 꼽고, 그로 대변되던 개혁적 보수주의의 흐름이 끊어진 것은 보수 진영의 불행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알고 행하는 '보수적 개혁파'였다. 조지훈과 같은 보수주의자의 맥이 단절된 것은 한국보수주의의 불행이다. 한국적 보수가 '수구'와 동의어가 되는 현실에서 조지훈 선생과 같은 개혁보수의 정신과 행보는 너무 값지다."

지식산업사. 316쪽.

yonglae@yna.co.kr

yna 김용래 기자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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