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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 칼럼] 사회적 공감 통한 ‘이해의 섹슈얼리티’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4.04.17  1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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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해영(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임해영 교수(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월 20일은 ‘제44회 장애인의 날(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이 다가올 즘이면,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관련된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장애여성들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그녀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늘상 우리 사회의 관심밖에 위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국내에 소개된 톰 섹스피어(Tom Shakespeare)의 <장애학의 쟁점>(이지수 옮김, 학지사 펴냄)이라는 책에서는 영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섹슈얼리티는 너무나 오랫동안 배제되고, 긴장을 유발시켜 왔던 영역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배제되어 온 영역을 새삼스레 다루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려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 한국 사회도 톰 섹스피어가 언급했던 영미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휠체어를 탄 장애 여성 혹은 시각장애 여성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주변 사람들의 환한 축하 속에서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만삭이 된 장애 여성과 그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축제처럼 함께 축복해 주는 사람들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전 시대에나 지금 시대나 장애 여성의 성과 사랑의 문제는 억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사람들은 장애 여성의 결혼과 자녀 양육에 대해, “‘누군가의 돌봄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애를 낳지’, ‘장애인이 결혼을 한다고 어떻게 뒷 감당을 하려고’, ‘부모가 장애인이면 태어날 아이도 또래 애들한테 놀림 받거나 상처받을 텐데'”(<다른 듯 다르지 않은>(임해영 지음, 드루 펴냄) 등의 송곳 같은 고정관념들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여성이 연애와 섹스를 한다는 것,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 결혼생활을 하다는 것 등은 위험을 자초하는 무모한 선택의 위치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발간된 ‘2022 장애인 삶 패널조사'(김현지 외 지음, 한국장애인개발원 펴냄)에 따르면, 조사 대상 만 19세 이상 장애 여성 54.1%가 현재 ‘배우자가 있다(사실혼과 동거 포함)’고 응답하였고, 9.7%의 여성만이 ‘미혼 상태’라고 답하였다. 또한 자녀가 있다고 응답한 장애 여성이 88.1%로, 자녀가 없다고 응답한 장애 여성 11.9%에 비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임신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장애아 출산에 대한 두려움’ 58.7%, ‘가사의 어려움’ 29.0% 등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많은 장애 여성들은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안에서도, 배우자를 선택하고, 그와의 사이에서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22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참여한 여성 장애인들. ⓒ장애여성공감

질문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제 질문의 고리를 다시 걸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 여성도 연애와 섹스가 가능한가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데, 아이들을 낳아 보살필 수 있을까요? 엄마가 장애인이면, 아이가 힘들지 않을까요?’라는 의구심과 우려가 내포된 질문에서, ‘장애 여성이 성적 주체로서, 성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장벽들이 사라져야 할까요? 장애 여성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임신하고, 출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장애 여성들이 자녀들을 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조성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질문에 대한 응답이 일방적 주장이나 설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사회적 울림으로 공명하기 위해서는, 장애 여성 당사자들이 발화하는 목소리들에 주의 깊게 귀 기울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면담한 한 장애 여성은 “여자고, 장애인이면 성과 관련된 부분은 더 편견이 많고 커지는 것이 많아요. 색안경을 낀다고 하잖아요. 저는 시각장애인이라 상관은 없지만(웃음) … 장애 여성은 사람들의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분명히 맞아요”(<다른 듯 다르지 않은>)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렇다면 장애 여성 당사자들은 사회 내 어떤 선입견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것은 장애 여성의 차별과 어떻게 연결되며, 이러한 사회적 선입견과 차별들은 장애 여성들을 사회 내 배제된 존재로서 그녀들을 위치시키는가를 좀 더 섬세하게 대화 나누는 영역으로 이동해 갈 필요가 있다.

장애 여성의 성과 사랑에 대한 사회적 공감의 출발은 무엇에서부터 가능할까?

필자는 “자기 목소리를 가진 장애 여성 당사자들이 인식하고 경험한 것들이 당당하고 편안하게 말해졌을 때 그리고 이것이 장애 여성과 비장애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공통성과 차이성 안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논의될 때, 이것은 허구적 대화가 아닌 진정한 대화의 장 안에서 사회적 공감의 영역으로 이동해 갈 수 있다”(<다른 듯 다르지 않은>)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 여성들이 겪는 ‘성과 사랑’이란 역동적 삶이 야기하는 다양한 문제와 그녀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여 본 적이 없다. 어찌보면 장애 여성의 섹슈얼리티야 말로, 그녀들의 삶의 생존, 실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삶의 주제가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장애 여성의 성과 사랑에 대한 상호 이해와 소통을 넘어, 그것이 사회적 공감의 영역으로 이동해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하나는 “장애 여성 섹슈얼리에 대한 문화적 차원의 이해의 노력과 다른 하나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학습공동체의 활성화이다.”(<다른 듯 다르지 않은>)

전자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장애 유형이 존재하는 만큼, 그녀들의 장애 정체성과 문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자는 좋은 학습공동체를 통해, 장애 여성의 삶, 성과 사랑의 삶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디 다가오는 제44회 장애인의 날이 장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 할 수 있는 출발의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는 의제별 연대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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