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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해 교수의 책읽기] 김영 지음 <고전에 길을 묻다>

기사승인 2024.04.15  2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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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해(민속학, 안동대 명예교수)

임재해(민속학, 안동대 명예교수)

한문학자라기보다 고전학자라 해야 썩 어울릴 김영 교수께서 새 책 <고전에 길을 묻다>를 보내왔다. 몇 해 전에 간행한 <함께 가는 길>에 이은 사회비평 에세이 집이다. 형식은 에세이지만 내용이 깊고 폭이 넓어서 인문학적 통찰이 번득이는 철학 문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전의 경구를 인용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인가 하면, 정치 현안을 분석적으로 비판하고 촛불정신을 일깨우며 행동하는 실천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전학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현장 운동가다운 두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나는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며, 둘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의 현장이다. 두 현장에서 힘껏 활동하는 배후에는 늘 부인이 버티고 있다.

안동에서 올라간 시위 현장에서 서로 부부끼리 우연히 만날 수 있었거나, 사전에 연락이 닿은 경우에는 서로 만나지 않은 채 같은 공간에서 제각기 함성을 외칠 때도 부인과 늘 동행이었다.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부인의 운동성 또한 저자의 짝이 되기에 늘 모자람이 없었다.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저자는 늘 가난한 자의 선량한 벗으로 함께 하고 있다. ‘비 오는 자를 위하려면 우산을 씌어 주기 전에 함께 비를 맞으라’고 한 말을 명심한다. 또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가난을 자처하며 안빈낙도를 실천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자발적 가난에 큰 버팀목 구실을 한 것도 부인이다.

김영 지음 <고전에 길을 묻다>(청아출판사, 2021년 4월 출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는 카잔차키스의 묘지명을 되뇌이는 부인께서, 어느 날 저자에게 “나도 비상금이 필요하다. 불쌍한 이웃이 당신 가까이에도 한 명 있다.”고 말한 대목을 읽고, 부부가 3년 전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직접 들었던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했다.

앞으로도 두 현장에 저자 부부는 어김없이 늘 함께 동행할 것이고, 저자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우리 사회는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천생연분이란 이럴 때 써야 제격이 아닌가 한다.

저자 부부는 고전 속에서 길을 찾아 삶의 보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아무 대목이라도 펼쳐서 읽다가 보면, 죽비로 내려치는 듯 놀랄 만한 일깨움을 준다. 스스로 가야 할 길이 보이는 까닭이다. 고전 속에 길을 묻는 이 책이 바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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