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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엘 웨인라이트 ‧ 제프 만 지음 <기후 리바이어던>

기사승인 2024.04.13  13: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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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웨인라이트, 제프 만 지음 <기후 리바이어던>(앨피, 2023년 9월 출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의 네 가지 경로

“우리가 추측하는 미래들은 급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자본주의 국민국가가 갖는 지위에 관해 반드시 물어야만 하는 근본적 질문들에서 드러난다. 국민국가 토대의 제로섬 영토주권 배분이 급속한 기후변화에 직면해서도 계속될 수 있을까? 그 세계가 자본의 속박에 그대로 묶여 있게 될까?” - 18쪽

그동안 기후변화의 문제는 주로 자연과학 쪽에서 자연환경의 문제로서 연구되어 왔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사회과학 쪽에서의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그 자체가 근대 이후 인류가 야기한 문제로써, 그 대응은 사회의 집합적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사회는 어떠한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의 조직화 양상은 어떻게 나타날까?

저자들은 정치와 경제의 지배적 양식(행성적 주권, 자본주의)을 기준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경로의 네 가지 양상들을 제시했다. 첫째, 자본주의-행성적 주권의 경로(기후 리바이어던)다. 자본주의가 지배적 경제 양식이면서 행성적 차원에서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적 조직화를 이룩한 방식이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절대 주권으로서의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기후 리바이어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구적 차원에서 구축된 기후 문제에 관한 절대 주권을 지칭한다. 그동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등 국제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이 경로 위에 서 있다.

둘째, 자본주의-반행성적 주권의 경로(기후 베헤못)다. 자본주의 경제 양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화석 자본과 연계된 반동적 극우 정치세력이 기후위기를 부정하며 행성적 기후 주권의 형성에 저항하는 경로다. 베헤못은 리바이어던에 대항하여 싸우던 짐승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트럼프 등의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이러한 경로 위에 있다.

셋째, 비자본주의-행성적 주권의 경로(기후 마오)다. 행성적 주권을 구축하면서도 이 주권을 자본주의에 반하여 행사한다. 마오주의처럼 투쟁적 인민대중에 기반한 혁명적 권력을 구축하여 대규모의 정치‧경제적 구조개혁을 빠르게 진행한다. 2008년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 공기질 개선을 이룩한 국가사회주의의 세계적으로 발전된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넷째, 비자본주의-반행성적 주권의 경로(기후 X)다. 자본주의와 지구 차원의 주권 모두를 거부하면서, 다양한 규모와 다양한 방식의 다층적 기후정의운동에 의해 주도되는 경로다. 기후 X의 모습은 결정된 어떤 모습으로 말할 수 없고 역사적으로 미래에 개방적이며, 많은 공동체에 의해 형성될 것이다. 대표적 예로서 풀뿌리 기후정의운동 등을 들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의 네 가지 경로 중에서 저자들은 현실적으로는 기후 리바이어던이 지금까지 부상된 가장 강력한 경로라고 본다. 하지만 파리협약 등 그동안의 자본주의에서 기후 리바이어던에 의해 추진되어 온 노력은 충분하지 못하고 실패해 왔다.

기후 베헤못은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 등에 의해 나타났지만, 미래의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기후 마오는 국가사회주의의 발전된 모습으로서 급속한 변화를 추동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권위주의로 인하여 개인들의 존엄성과 연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저자들은 네 가지 경로 중에서 기후 X의 경로, 즉 자본과 행성적 주권에 맞서 기후정의와 민중의 자유를 확언하는 모든 공동체의 운동으로서의 경로를 지지한다.

기후 X의 경로를 지지하는 저자들의 입장은 상당히 유토피아적이다. 특히 기후 X의 구체적인 정치적 조직화의 모습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그 구체적 형태를 알 수 없다. 기후 X의 경로에 대해 읽으면서 스타워즈 9편의 시스 제국에 대항한 마지막 전투에서 저항군이 수적 열세에서 절망할 때 은하계 곳곳으로부터의 수많은 우주선이 짠하고 등장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네 가지 경로들은 완전히 상호 배타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한 시대에 중첩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 특히 기후 리바이어던과 기후 X는 가장 상호 대립하는 축으로 설정되고 있지만, 사실 그 두 가지 경로는 상호 결합되어 있다. 기후 X는 기후정의와 사회정의를 원하는 이 지구상의 다양한 개인과 공동체들의 욕구들을 대변하고, 기후 리바이어던은 이를 결집하여 정책화하고 집행하는 정치적 조직화를 지칭한다. 그래서 기후 X의 토양 위에서 기후 리바이어던이 조직화할 때야 비로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의 정치적 조직화가 완성될 수 있다.

* 이 글은 국민 독서문화 진작을 위해 국회도서관 허락을 받고 게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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