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발행인 시평] 생각하는 백성이 나라를 살린다!

기사승인 2024.04.03  09:19:49

공유
default_news_ad1

-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시국에 대한 글을 쓸 때 직간접으로 정치 지향성을 피력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 대화할 땐 가급적 이 주제를 피한다. 정치 얘기가 나오면 주로 듣는 입장에 머물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을 정치적 동물(Homo Politicus)라고 했는데 진리에 가까운 정의이다. 누구든 정치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분명한 견해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남녀노소가 없다. 교육의 깊고 얕음도 없고, 부(富)의 많고 적음도 관계치 않는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이런 구분은 더욱 명확해진다. 숙고(熟考) 없이 정치성향을 드러냈다간 관계에 금이 가기 십상이다. 적어도 내가 사는 TK에선 지역성에 묶이지 말고 당의 정책과 인물 됨됨이를 보고 투표하라고 말하면 질시의 눈으로 본다.

얼마 전 한 모임에 갔던 적이 있다.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자기주장이 강했다. 나는 말을 아끼며 주로 듣는 편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들도 분위기를 읽고 정치 이야기는 피해서 내심 다행으로 생각했다.

모임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초등학교 교장 출신과 버스 같은 좌석에 앉게 되었다. 초면의 사람과 동석하는 것은 불편한 자리가 되기 쉽다. 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은퇴한 사람이어서 교육과 문학에 대해 듬성듬성 대화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때 대뜸 그가 물었다. "그 지역엔 '애국 활동'이 활발하죠? 물론 목사님도 그 활동에 열심이실 것 같구요." 처음에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 아니었다면 이해가 더뎠을 것이다. 보기와는 전혀 엉뚱한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이번 선거에 전광훈 목사님과 장경동 목사님이 하시는 당에서 원내 진출을 많이 해야 되잖아요? 적어도 10석 이상은 나와야 할 텐데... 목사님도 열심히 운동 좀 해 주세요. 승리해서 축배를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 내가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소위 'TK'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니까 전광훈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유(類)쯤으로 지레짐작한 것 같다. 그는 태극기 부대였고, 전광훈이 이끄는 극우 집회를 '애국 활동'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대한 내 생각을 즉석에서 보이진 않았지만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멋진 노신사로 보이는 이의 생각이 이 정도 왜곡되어 있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프란츠 카프가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그레고르가 떠올랐다. 벌레로 변한 인간!

그 사람이 학교에서 이런 생각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들을 지도했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기까지 했다. 비합리적 사고는 사람의 존재 위치를 구별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라고 하지만 공동 선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빈번하게 날아오는 것이 카톡 문자다. 이런 카톡 문자도 있다. 4.10선거까지 기도문을 하루 세 번 선포해 달라는 것이다. 제목이 ‘나라와 국가를 위한 기도’로 되어 있다. 기도할 내용이 12개 항목으로 씌어 있다. 이런 것들이다.

종전 반대, 미군 계속 주둔, 차별 금지법 반대, 학생 인권 조례안 반대, 한미동맹 강화, 주민자치법 반대, 종북 친중 반대, 전교조 민주노총 반대... 이런 카톡 문자가 횡행하고 있다.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된다. 

나라를 좌파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받는 즉시 지인 10명 이상에게 퍼트려 달라는 당부의 말까지 붙어 있다. 야당과 진보 진영을 반대하고 여당 및 극우정당에 표를 몰아 달라는 것이다. 노골적인 선거운동에 다름없다.

이재명 대표가 SNS의 달인이고 야(野) 쪽 사람들이 이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드러나지 않고 흐르는 극우의 SNS 유통 양은 선거 양상을 바꿀 정도의 파워(power)를 갖고 있다.

이것은 여론조사에도 잡히지 않는다. 5백 명 많아야 1천여 명의 여론조사 결과가 우위로 나온다고 환호작약(歡呼雀躍)할 때가 아니다. 이것 간파하지 못하면 검찰 독재와 역사의 후퇴를 막을 수 없다.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얼마 전 타계한 세계의 지성 노암 촘스키는 지성인이 갖추어야 할 조건 중 하나로 진보적 가치를 들었다. 진보적 가치는 기득권에 빌붙어서 그들을 옹호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변화에 귀 기울이면서 힘을 보태는 것이다.

요즘 극우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보수 속의 진보를 외치는 자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바야흐로 선거 국면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생각하는 백성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발행인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