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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기사승인 2018.03.17  1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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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구(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준구(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나로서는 최근 경제학계에서 분배의 공평성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하는 추세가 무척 반갑습니다. 그 동안 경제학자의 머릿속을 온통 차지해 왔던 문제는 효율성의 문제였는데요.

토마 피케티(T. Piketty)의 『21세기 자본』이 나온 때와 비슷한 시기에 두 권의 재미있는 책이 함께 나왔습니다. 하나는 지금 소개하려 하는 앤서니 앳킨슨(A. Atkinson)의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Inequality: What Can Be Done?)라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번에 소개할 조지프 스티글리츠(J. Stiglitz)의 『불평등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라는 책입니다.

이 두 책 중 하나는 미국, 다른 하나는 영국 사회를 기초로 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주제는 거의 똑같습니다. 즉 미국과 영국 사회에서 현재와 같은 속도로 불평등성의 심화가 진행된다면 심각한 사회적 위기가 발생할 것임을 지적하고, 그런 위기를 사전에 막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제시하는 것이 이 두 책의 공통된 주제입니다.

이 책의 저자 앳킨슨 교수는 현존하는 경제학자 중 소득분배이론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여러분들 소득분배의 불평등 도(度)를 잴 때 지니계수(Gini coefficient) 많이 사용한다는 것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경제학 논문에서는 지니계수보다 앳킨슨 교수가 개발한 앳킨슨지수(Atkinson index)를 더 많이 씁니다.

이 책을 통해 앳킨슨 교수는 불평등성의 심화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평등성이 우리의 통제 밖에 존재하는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불평등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분명 있다고 못 박아 말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평등성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에 기업, 노동조합, 소비자 단체 그리고 개개인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앳킨슨 교수는 불평등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15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술 변화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부터 사회보험 프로그램의 확대 등 다양한 제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읽은 이코노미스트(The Eonomist)지의 서평은 이 제안들의 실현가능성에 (점잖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잡지는 보수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앳킨슨 교수의 주장을 과격하다고 볼 가능성이 있지요.

앤서니 앳킨슨 저, 장경덕 역 <불평등을 넘어-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도서출판 글항아리, 2015년



재정학을 전공하는 나로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제안 8로,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65%까지 높이는 동시에 과세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전 세계를 몰아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최고세율은 30% 대로 낮춰졌습니다. 보수파들은 최고소득세율을 높이면 경제의 활력이 크게 떨어지기라도 하는 양 호들갑을 떨지만 앳킨슨 교수는 이와 같은 호들갑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비웃고 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시세로 평가된 부동산 가치에 기초한 비례적 혹은 누진적인 재산세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안 11입니다. ㅍ이 제안을 보면서 MB정부에 의해 무력화된 종합부동산세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재정학자인 내가 보기에 가장 장점이 많은 세금인 종합부동산세가 애통하게도 보수파의 집중 포격을 맞고 한방에 훅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이 책의 끝 부분에서 앳킨슨 교수는 어떻게 진보를 이룰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다음과 같은 답을 찾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식으로 체념해 버린다면 결코 진보를 이룰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행동하려는 욕구와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정치적 리더십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치가들이 가진 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한 상황에서 사회의 진보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며 앳킨슨 교수의 주장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걸 느낍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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