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길(시인)
시 : 설날 아침에
sejongacademy. org 사진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새해 맞이를 이것보다 잘 표현한 시를 보지 못했다. 한 겨울의 가운데에 자리한 설날,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꿈을 갖고 따뜻하게 맞으라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험난하고 각박하다고 해도 착하고 슬기롭게 살라고 권고한다. 삶에 한 살을 더한다는 의미, 보다 넉넉하고 원숙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차례 상에서 만나는 저 세상의 조상, 그들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는 발걸음임을 마음에 새기라는 얘기다. 도란도란 나누는 인정에 이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고 시인은 고백이다. 김종길 시인의 시를 통해 설날을 음미하는 행복에 젖는다(耳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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