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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9.19 군사합의 이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온다

기사승인 2023.12.01  18: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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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예측불허의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8년 9월 이래 남북한의 무력 충돌 및 확전 방지에 기여해 온 9.19 군사합의가 파기될 위험에 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21일 밤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리자 이미 경고한 대로 9.19 군사합의의 1조 3항, 즉 비행 금지 조항을 효력 정지하고 대북 정찰 활동을 재개했다.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발사에 대응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위기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안전핀 하나를 제거함으로써 추가적인 상황 악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즉각 이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특히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셈이다. 그러면서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9.19 군사합의 이전 상황으로의 복귀를 넘어 더욱 위태로운 상황을 잉태하고 있다. 우선 남북한이 합의 파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면서 파기 수준을 밟아 나갈 경우 9.19 합의 이전보다 정치군사적 불신과 적개심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군비통제 합의와 이행은 신뢰와 관계 개선에 기여하지만, 합의 파기는 더 큰 불신과 대결로 이어지는 속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또 9.19 합의 이전과는 달리 현재에는 남북한의 대화와 소통 채널이 모두 막혀 있다. 우발적 충돌과 확전 위험은 이전보다 더 커졌는데, 충돌 위기 예방과 관리에 필요한 소통 채널이 전무한 것이 남북한의 현실인 것이다. 과거에 간혹 남북한의 무력 충돌 방지와 해결에 기여했던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저하된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이다.

한미(일)과 북한이 예고한 군사 행동도 앞날을 더욱 어둡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한미연합훈련은 야외기동 훈련을 포함해 세계 최대 수준으로 강화된 상황이고,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핵항모 전단 등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의 빈도와 강도도 역대급으로 치닫고 있다. 또 한미연합훈련에 유엔사 전력공여국들뿐만 아니라 일본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7일 정전협정체결일에 각각 기념행사에 참석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이전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주로 '말'로 반발했었다. 하지만 그해 9월 핵무력을 법제화한 이후에는 군사적 균형을 달성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군사 '행동'을 선택해왔다. 또 추가적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조속히 자체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우발적 충돌의 불씨가 되살아날 위험도 있다. 과거 남북한 무력 충돌의 주된 원인이 되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완충지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과거보다 남북한의 무력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선 국지 충돌이 남북 대화 재개라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안일하고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과거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북한이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관심을 껐다는 점,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보다는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점, 미중이 한반도 문제의 관심을 가질 만한 여력과 동기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점, 남북한의 소통 채널 자체가 닫혀 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오히려 작은 충돌이 확전으로 비화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남북한이 당분간 다시 친해지기 어렵다면, 군사적 거리두기라도 유지하는 게 그나마 현명한 태도라고 줄곧 주장해온 것이다. 군사적 거리두기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남북한의 현주소는 극심한 경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의 선택과도 대별된다.

거대한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은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가드레일'을 설치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좁디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남북한은 그나마 있었던 '가드레일'마저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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