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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대로 옮겨온 '파우스트'…"시대의 거울 같은 작품"

기사승인 2023.03.21  2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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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200년 전 작품, 현대적 연출·세련된 연기로 되살아나 치명적 악마 메피스토 역 맡은 박해수 "10살 아이 같은 상상력으로 만들어"
연극 '파우스트' 주요장면 시연하는 박해수-유인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박해수와 유인촌이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3.21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인간이 더 악마 같은 짓을 일삼는 지상 세계. 정작 악마인 자신이 할 일이 없다며 무료해하던 메피스토는 신의 가장 충실한 종이자 백발의 현자, 파우스트 박사를 자신의 손안에 넣겠다며 신과 내기를 한다.

박사의 서재에 은밀히 침입한 메피스토는 그에게 황홀하고 향기로운 육체의 쾌락을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지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던 갈망에 목이 말랐던 박사는 그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파우스트 박사와 악마 메피스토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욕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가 현대의 관객과 만난다.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를 통해 미리 본 연극 '파우스트'는 현대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로 200여년 전 고전을 21세기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치명적인 이야기로 되살렸다.

파우스트 박사 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은 이날 행사에서 "'파우스트'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시대의 거울과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열연하는 유인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유인촌이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3.21 ryousanta@yna.co.kr

메피스토의 손에 이끌려 짐승의 탈을 쓴 악령들이 으르렁대고 찰진 욕설이 난무하는 마녀의 부엌에까지 발을 들인 파우스트.

메피스토는 그에게 쾌락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며 마녀의 물약을 건네고, 약을 마신 파우스트는 20대의 젊은 몸으로 되살아난다.

20대의 몸이 되어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레첸과 사랑에 빠진 파우스트는 진정한 구원을 맛본 듯 행복감에 젖지만, 그의 뒤에 맴도는 메피스토의 검은 그림자는 무대와 객석을 서서히 불안에 젖어 들게 한다.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는 비열하고 잔인하면서도 때로는 장난기 넘치는 악마를 자연스럽게 연기해 실제 악마가 무대 위에 되살아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혀를 날름거리고 이빨과 발톱을 세우며 메피스토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악의 정령들부터 저급하고 천박한 마녀까지, '악'의 다양한 얼굴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박해수는 역할에 대해 "마냥 악해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악의 평범함에 주목해 연기하려고 했다"며 "함께 연습한 배우들과 놀이터에서 뛰놀듯 몸과 마음을 열고 행복하게 연습하다 보니 인물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박해수와 유인촌이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3.21 ryousanta@yna.co.kr

1997년 '파우스트' 공연에서 메피스토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원로배우 유인촌은 이번에 처음으로 고뇌하는 현자, 파우스트 박사 역에 도전한다.

"예전에 메피스토를 연기할 땐 파우스트 역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웃은 그는 "인간으로선 가장 높은 수준의 지식에 도달했음에도 뭔가를 더 갈망하는, 그러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파우스트 박사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와도 같은 악마 메피스토에게 십자가를 겨누다가도 그의 제안에 손을 맞잡는 등 긴장감 넘치는 위험한 동행을 하게 된다.

유인촌과 박해수는 30여 년의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두 인물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손으로 만져질 듯 실감 나게 표현한다.

유인촌은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살아있는 지금의 인물"이라며 "예전에 내가 메피스토를 연기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이 시대에 맞는 메피스토를 박해수 배우가 많은 노력과 분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박해수와 유인촌이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3.21 ryousanta@yna.co.kr

'코리올라누스', '페르귄트', '햄릿' 등 고전에 대한 감각적인 해석으로 주목받은 연출가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양 연출은 이번 '파우스트'에서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한 현대적인 무대 미술과 연출로 현대의 관객에게 어색하지 않은 고전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파우스트'는 시대와 공간,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메피스토의 대사 중 많은 부분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욕망하는 현대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게 많죠."

박해수 역시 고전이라는 원작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무대를 채우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고전이긴 하지만 오히려 배우와 창작진이 10살 어린이가 된 것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든 장면이 많습니다. 12살 어린이부터 남녀노소 쉽게 볼 수 있는 고전 연극의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배우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3.21 ryousanta@yna.co.kr

wisefool@yna.co.kr

yna 임지우 기자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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