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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조선일보와 화장지

기사승인 2023.03.04  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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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한 사람이 SNS에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있는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라는 문구를 올린 것을 보았다. 비유가 엉뚱해서 처음엔 웃어 넘겼는데 요즘은 간단히 웃어 넘길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고 한다.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 순기능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사회 구성원의 중심은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 서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회 절대다수가 서민이라는 뜻을 망각할 때 사회의 공적 기능은 상실된다.

소수의 특권층에 붙어 요설(妖說)을 애용하거나 민족 정체성을 상실하고 주어 없는 주의 주장을 되풀이할 때는 이미 언론으로서의 생명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메이저 신문이라고 일컫는 조중동이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위에서 '조선일보=신문, 집 화장지=팔만대장경'이란 문장을 예거했지만, 언론의 기능을 생각할 때 이것이 아주 허황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조선일보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면 클수록 화장지의 진가가 올라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신문답지 않은 신문은 쓸모가 없다. 일을 보고 뒤를 정리하는 데 쓰려고 해도 부드러운 화장지만 못하기 때문에 찾는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소금이 그 맛을 잃을 때 아무 쓸 데 없어 버려져서 사람들에게 밟힌다고 했다. 경구의 말이다.

종이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지는 오래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것을 통해 사회의 돌아가는 상황과 삶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을 통해 보는 신문은 신속성과 열독의 편리함 때문에 선호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에 뜨는 기사 제목을 보면 대충 어느 신문인지 감이 잡히는 것 말이다. 나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 적이 놀라게 된다. 소위 메이저 신문 중에서도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이유가 뭘까. 조선일보가 뽑아내는 제목엔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을 때가 많다. 그뿐 아니라 제목에 감정이 섞여 있어서 신문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권층 엄호하고, 강대국에 빌붙을 것을 강조하며, 전쟁 불사론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때는 온갖 어휘를 다 동원해 공격해 대더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찰떡궁합을 이루어 무조건 지지의 논지를 편다. 일개 시골 서생에게 이렇게 보일 정도이니까 조선일보의 사회적 폐해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알고 문재인 정부에서 몇 차례 제재를 가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과연 조선일보가 세긴 세다는 말이 나왔다. 하긴 과거 군사정권 땐 제4권부의 역할을 톡톡히 한 조선일보 아닌가. 장관 한 명쯤 바꾸는 건 식은 죽 먹기였었다니까.

정권이 바뀌자 조선일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윤 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있다. 잘 하는 것이 하나 없는 현 정권인데도 전 정권과 비교할 때 비교우위라며 수선을 떨고 있다. 윤석열 정권도 이런 조선일보에 화기롭게 답한다.

전 정권에서 조선일보를 손보려 했다는 이유로 방통위 간부들에게 구속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또 방통위원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내쫓으려고 한다. 언론정책처럼 정무적 판단지가 넓은 영역도 많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르는 이유다. 

신문의 기능 중 하나가 비판기능이다. 이 비판은 강자에게 맞춰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검찰독재로 파쇼화도 마다하지 않는 현 정권은 비호하면서 애먼 전 정권 비난하기에 바쁘다.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얘기가 된다.

언론을 사회의 공기라고 하는 것은 정론직필의 토대 위에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말이다. 이런 역할에 게으르지 않을 때 사회는 아름다워지고 국민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은 이 길을 포기한지 오래이다.

정권이 바뀌면 지금 발호하는 검찰이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사회의 공기에서 이탈해 있는 언론도 이외일 수 없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역사의 법칙에는 이것이 신기할 정도로 철저하게 적용된다. 조선일보가 명심할 말 아닌가.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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