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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몬시장(黑門市場) 가게에 붙어 있는 선거 포스터

기사승인 2023.01.15  0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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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오대양육대주 어느 나라든 축제의 장이다. 이것을 전쟁에 비유하는 사람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선거 때만큼의 투쟁과 갈등은 늘 있어왔다. 그래서 세계사를 투쟁이란 앵글로 담아낸 사람이 있지만 여기서의 투쟁은 일상 삶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는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한 것 같다. 이번 일본 간사이 여행에서 처음 묵은 곳은 아시아토호텔이었다. 이 호텔과 인접해 구로몬시장(黑門市場)이 있었다. 오사카에서 손꼽히는 재래시장이다. 이곳 구경만 해도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시장 곳곳에 붙어 있는 선거 포스터이다. 시장 안 가게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의 포스터를 붙여놓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출마 후보 전체를 모아 공식적으로 알리는 선거벽보도 제거하지 않고 원 상태로 붙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일본의 지방선거가 작년 4월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8개월 이상 선거벽보가 보존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경우 선거 다음 날부터 며칠 새에 깨끗이 제거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락이 결정 났으니 오가는 시민들이 선거 벽보를 훼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행정의 게으름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일본 국민들의 돋보이는 도덕적 결과로 보아야 할까. 어쩌면 이 둘의 결합물인지도 모른다. 공동 벽보 앞에서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각 정당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시장통을 둘러볼 때, 상점들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 후보 포스터를 입구에 붙여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여당인 자민당 후보의 것은 눈을 씻고 봐도 볼 수 없었다. 군소 정당이거나 또는 원외 정당 후보의 포스터만 보일 뿐이었다.

공명당, 일본공산당, 입헌민주당, 참정당, 행복실현당 등... 이유가 뭘까? 약자 사랑의 인간 본성에 연유하는 걸까? 일본 자민당은 만고불변(?)의 여당이니까. 그것이 아니면 자민당은 부자 지향 당이고 여타 군소 정당은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니까 그런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시장에서 가게들이 정치색을 드러낼 때 운영에 혹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시장에서의 상품 구매는 기분이 좌우할 때가 많다. 사고 싶다가도 그만두고 싶고 또 그만두었다가도 갑자기 사고 싶은... 가게 선택도 마찬가지이다. 그때 지지 정당 후보의 포스터를 부착하고서의 효과는? 그러나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 했다. 정치와 무관한 사람은 없다. 우리의 삶이 바로 정치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따지고 보면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포괄적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 이번 간사이 여행에서 일본도 그 밖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 한 것이 내겐 나름의 의미있는 일이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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