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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다시 겨울 공화국이?

기사승인 2022.12.02  23: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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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겨울 공화국 재론

12월로 접어들자 차가운 날씨가 매섭게 몰아칩니다. 미처 겨울 채비를 하지 못한 제겐 더 춥게 느껴지는군요. 꽁꽁 얼어붙은 현 시국과 오버랩되어 체감 온도는 더 낮게 다가옵니다.

1975년이던가요? 유신 독재가 한창 세상을 호령할 때 '겨울 공화국'이라는 시가 발표되었습니다. 고교 국어교사이자 시인이었던 양성우가 사회에 던진 저항의 시였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에 18년 군사독재는 조종을 울렸지요. 이어 더 지독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서 잠시 국정을 농단했지만 역사 발전의 동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쟁취되고, 그 후 보수와 개혁 정권이 번갈아 가며 정권을 담당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앞엔 발전만 있지 더 이상 후퇴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이 되었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는 등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거기에 비례해서 민주주의 정치 체제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정치제도

민주주의가 뭡니까? 국민이 나라의 주인 되는 정치 시스템 아닙니까.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한 단계 전진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까지 했으니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탄핵을 당했습니다. 연인원 1천7백만 명이 모인 촛불 집회에서 작은 사고 하나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광경을 보면서 찬탄하는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개혁’을 국정 어젠다로 내세웠지요.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온 지배 블럭의 힘을 분산시켜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개혁의 포인트였습니다.

그 중 가장 앞자리에 있던 것이 검찰개혁입니다. 수사권을 내려놓게 하고 검사도 잘못했을 때 죄를 물어야 한다며, 공수처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검찰개혁을 하라고 임명한 검찰총장이 정권에 반기를 들고 사사건건 맞섰습니다. '검찰 패밀리'가 똘똘 뭉쳐 이런 검찰총장을 옹위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훼손하는 행동이었지요.

군사독재보다 더 한 검찰독재

지난 20대 대선은 국민과 검찰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수와 진보개혁 진영이 번갈아 정권을 잡으며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정상인데, 윤석열 집권에 대한 경계는 ‘검찰’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검찰이 나라를 온통 옥죄는 상황을 염려한 것입니다. 군사독재는 자신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다는 원죄의식이 있습니다. 이 의식은 일말의 양심으로 잔존해 자기통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검찰독재가 군사독재보다 훨씬 무섭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첫째, 검찰독재는 원죄의식이 없습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며 특권을 누려 온 것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들은 자신들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죄인을 양산하는 것이 그들 생존 방식입니다. 거기에 26만여 표 근소한 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어쨌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거예요.

셋째, 지금까지 기득권을 함께 누려 온 보수(사실은 극우에 가까운) 정치블럭과 보수 언론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치인과 언론인을 독 안에 든 쥐처럼 하찮아서 쉽게 콘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하는 것

집권 6개월도 안 되어 말기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생리를 조금만 알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만도 없습니다. 검찰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에게는 흔히 나타나는 일이니까요.

국민 전체를 우롱했던 단어들이지요. '이 ☓☓', '바이든', '쪽팔려' 이런 시쳇말을 가지고 했느니 안 했느니 다투는 것은 그야말로 '웃기고 있네'입니다. 이런 비속어는 수사하는 특수부 검사들에게 일상어입니다.

일상어는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아닙니까? 하고도 모르니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야된다고 말했겠지요? 정치에서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못된 언행보다 그것을 감추려고 거짓말하는 것이 더 나쁩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의 직에서 물러난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워터게이트 건물에 도청장치를 한 것도 범법행위이지만 그것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 국민을 화나게 했고, 결국 물러나야 했습니다.

죄인은 검사 앞에 서면 작아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치달릴 때 제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검찰 앞에 기를 펴지 못하는 죄인의 자화상 그것입니다. 검찰공화국이라고 할 만합니다.

정자정야(政者正也)... 바른 것의 목적은 국민을 위하는 것

논어(論語) 안연편(顏淵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했습니다. '정치란 바른 것'이라는 말입니다. 바른 것은 오로지 백성(국민)을 위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국민은 목적이지 수단시해서는 안 됩니다.

윤석열 정권의 지난 6개월을 보십시오.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호언(豪言)은 어디로 갔습니까. 검찰을 중심으로 일부 극단적 지지자들 외에 정권이 마음을 주는 곳이 없지 않습니까. 한 정당의 보스도 이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진보개혁 진영과 야당을 국가 발전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머리를 맞대어야 할 텐데, 진멸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의 외침에 대화도 해 보지 않고 '갈 데까지 가겠다'며 겁박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급기야 전 정권의 통치행위까지 수사해서 죄과를 묻겠답니다. 그 자만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현 정권의 검찰은 숨기지 않습니다. 이 칼날은 부메랑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하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습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권력기관(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청, 감사원...)을 앞세운 정권의 발호는 눈 뜨고 봐주지 못할 정도입니다.

권력 행사 방법의 유치함을 볼 때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유신 때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정치를 몰라서 그럴까요? 함량 미달의 대통령이어서 그럴까요. 추락하는 국격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밉니다.

과거 군인 통치의 겨울이 결코 견디기 쉽지 않았었지요. 검찰이 통치하는 겨울은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입니다. 겨울 공화국이 다시 돌아오려 합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 각자가 두터운 옷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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