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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자존심이 무너질 때.... 윤대통령의 굴욕 외교를 보고

기사승인 2022.09.22  11: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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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어떤 처지에 놓여 있든 갖고 있는 이 자존심의 삶의 에너지가 될 때가 많다. 돈이 있든 없든, 배움이 많든 적든, 몸이 건강하든 그렇지 못하든 각자의 자존심은 그 사람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사람으로 구성된 단체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국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나라의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비굴한 저 자세로 강대국 수장들을 만나려 할 때 국가를 우습게 보는 것은 사람 간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행동거지에서 이런 점을 발견하는 것은 유독 나만이 아닐 것이다. 현 정권이 그토록 비난하는 문재인 정권이 쌓아올린 국가의 자존심과 위상을 하루아침이 무너뜨리는 모습에서 부끄러움과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은 대한민국 검찰의 특성만이 아니다. 국제 관계에서도 이 몹쓸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여왕 장례식에서 받은 홀대와 연이은 해퍼닝도 영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국익을 먼저 타산하는 '대영제국'으로써 동방의 작은 나라, 그것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 '사우드 코리아(South Korea)'의 대통령을 극진히 맞이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한 의도적 반작용이었을까. 윤 대통령은 조문다운 조문을 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의 발걸음과 말을 국민들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아이를 보는 마음으로 언제까지 바라보아야 하나. 유엔 시즌에 맞춰 거기에서 한 연설은 그렇다고 치자. 대선 후보 때부터 한미일 동맹 강화를 외쳐댄 그였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구걸한다고 되는 게 아닌 데도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나라로써 국격을 갖추었을 때 미국과 일본도 그에 상응하는 동맹을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미국 방문에서 윤 대통령이 보인 처신은 어떠했는가. 만나 달라고 떼를 쓰고, 비굴한 방법으로 반짝 만남이 이루어져 소원성취한 격 아닌가.

일본 수상과는 제3의 장소가 아니라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고 있는 행사장으로 찾아가서 만났다. 정상회담 운운해 놓고 행사장에 찾아가서 양국 국기도 없이 인사 나눈 게 과연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런 굴종 외교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이런 정상회담은 외교사에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한 뒤 미국 대통령과 일본 수상과의 정상회담이 잡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어떻게 되었는가.

바이든과의 만남은 일본보다 더 했다.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48초 동안 서서 대화를 나눈 것이 ‘한·미 정상회담’의 전부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윤석열 정권의 뇌는 모두 지난 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군사정권이 강대국 정상을 만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경우는 있다. 명분 약한 군사정권을 승인받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나 윤 정권은 그런 경우는 아니지 않나. 비록 근소한 표차(0.76%)로 당선되긴 했지만 쿠데타 정권은 아니지 않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2022.9.22

그런데 뭐가 급해서 준비 안 된 정상회담으로 굴욕을 당해야 하나? 대통령실은 뭐하는 곳인가. 정치 신인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실은 일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책임을 물어 대폭 교체해야 한다.

국제 관계에 통용되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국도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각 나라가 움직이고 있다. 이런 치열한 현실에서 미국과 일본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자는 윤석열식 외교에서 국격을 찾는 것은 사치일 테다.

정말 앞일이 걱정된다. 집권 4개월 동안이 이 정도니 그 이후 벌어질 사달은 보나마나다. 윤 대통령의 방미에서 미국의 전기차 보조와 바이오 산업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선물을 한아름 안고 올 것을 기대한 자체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가. 자업자득 치고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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