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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 초대전, '고달파도 꽃길'.... 뛰어난 예술가와 함께 호흡하는 축복

기사승인 2022.08.07  22: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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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김봉준은 우리나라 민중 미술의 산증인이라 할만하다. 암울한 억압의 시대에도 그의 작품과 이름이 빛났지만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지금도 그의 작품은 정신을 더욱 다지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40년 작가 생활을 정리해 보는 의미가 있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8월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이다. 사정이 있겠지만 좀 짧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는 그에게 8.15 광복절 날 전시회 막을 내리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없지 않을 것 같다. '고달파도 꽃길'이 전시회 이름이다. 고달프면 가시밭길이 되기 쉬운데 김 화백은 애써 꽃길임을 강조한다.

오늘(8월 6일) 오후 4시 전시회 열림식이 있다고 해서 짬을 내어 다녀왔다. 김봉준 화백과 한 약속을 지키는 의미도 있었다. 달포 전 그와 통화하면서 전시회 얘기를 듣고 한 번 올라가겠다고 했었다.

일반적으로 미술 작품 전시회는 개막식이라는 걸 한다. 떡과 음료를 준비하고 테이프 커팅을 곁들이기도 한다. 이 시간 작가의 지인들이 많이 찾게 된다. 김봉준 초대전은 이것을 우리말을 섞어 ‘열림’식이라 했다.

격식을 해체하고 전시실에 선 상태로 인사말을 하고 또 몇 사람이 축사를 했다. 소형 생수병을 각자 들고 건배를 했다. 축사는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이사장과 연세대신화연구소 김선자 소장이 했다.

시민가수 안내규가 손수 기타를 치면서 신화를 주제로 노래를 불렀다. 그다음은 본격 토크쇼 시간이다. 김 화백과 장의영이 '신화소로 풀어보는 김봉준 미술'에 대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면서 작품에 대해 묻고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봉준은 작품뿐 아니라 글과 말도 보통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책을 섭렵하며 축적한 지식이 방대하다. 그가 쓴 책만도 10권이 넘는다. 개인전 기획전 등 전시회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번 열리는 김봉준 초대전은 무우수갤러리 3, 4층을 사용하고 있다. 3층은 '간절한 살림', 4층은 '간절한 나라'로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배열했다. 공통된 수식어 '간절한'에서 작가의 집중된 마음을 읽을 수 있겠다.

3층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사람을 비롯해서 여러 동물들의 상을 빚은 것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대부분 질조각 가마소성 소조상이다. 바닥에 놓여 있고 역시 바닥에 표제판을 붙여 이해를 돕는다.

'간절한 나라'의 4층은 명칭 그대로 나라와 관계있는 작품들이다. 신화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가 조각으로 펼쳐진다. 인물 조각이 숨을 쉬고 있다. I부 간절한 '살림'과 그래서 연결된다.

‘인권신화’와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다. ‘일제군폭력 피해 여인’과 ‘화천 대붕호 전쟁피해 희생자 위령제 설치 조각’(2018)은 우리의 현대사와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김봉준의 예술은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소재로 등장하는 동물들도 어떻게 보면 인간의 도반(道伴)이다. 그곳에서 자유를 희원하는 예술혼은 가마솥처럼 뜨겁기만 하다. 그의 미술에서 뜨거움은 늘 주제와 연결된다.

판화로, 걸개그림으로 또 만화와 삽화로 붓의 영역을 주유해온 그가 조각으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정신은 ‘민중’이요 또 ‘살림(생명)’이다. 예술에서의 정신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뛰어난 예술가와 한 시대를 같이 호흡한다는 것은 대단한 복이다. 서울 인사동 무우수갤러리 3, 4층은 한 예술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김봉준 예술에 있어서의 그 눈동자(睛)를 보고싶지 않은가.

예술을 보는 눈을 확대하고 싶은 사람, 민중 미술의 진수를 목도하고 싶은 사람, 소박함 속에서 세련미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은 꼭 가보기 바란다. 발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녀온 사람이 보증한다.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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