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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수상] 책과 노니는 즐거움.... 새로 생긴 책장 8개

기사승인 2022.06.11  2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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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신음동 사는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주일 전이다. 옆집 아파트 살던 분이 이사를 했는데 책장을 두고 갔다는 것이다. 튼튼하면서도 새 것과 마찬가지인 책장을 필요한 사람에게 그냥 주라고...

혹시 책장이 필요하지 않느냐면서 묻는 전화였다. 책과 관계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말만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인다. 바쁜 탓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토요일어서 여유가 있는 오늘(6월 11일) 옮기기로 했다.

책장이 여러 개여서 트럭이 필요했고 또 그것을 옮길 사람이 필요했다. 6칸짜리 책장이어서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물건이었다. 거기에다 단단한 나무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들어도 버거울 정도였다.

우리 교회와 사택에 손 볼 것이 있으면 부탁하는 J 집사님에게 전화를 넣었다. 바쁜 와중에 흔쾌히 옮겨 주겠다고 대답했다. 집사님은 부탁을 거절한 적이 거의 없다. 오늘 일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책장이 있는 아파트에 가니 조카가 와 있었다. 조카는 이것을 어떻게 옮길까 난감한 마음으로 궁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나타나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책임지고 치워주기로 한 데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아파트 내부 높이에 맞춰서 짠 책장이어서 빼내는 데 여간 부대끼지가 않았다. 천장과 벽을 피해 이리저리 살피며 옮기는 모습이 마치 묘기 대행진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 둘 정성을 다 해 옮겼다.

우선 엘리베이터 앞으로 다 옮겨놓고 하나씩 내려가기로 했다. 지하 주차장 현관 입구에는 J집사님의 타이탄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집사님과 조카가 일의 주동력이었다. 요령 껏 일을 진척시켰다.

싣기는 간신히 다 실었는데 교회로 와서 내릴 일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연약한 여성인 조카에게 같이 가자고 할 수도 없었다. 그도 아이를 가진 주부로서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수가 없을까?

분위기를 읽은 조카가 함께 가겠다고 했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다면서. 교회에 도착, 예배당 옆 서재로 옮기는데 그것으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책장을 잘 붙여 넘어지지 않도록 배치해야 한다.

피스가 필요했고 피스를 박기 위해 드릴이 필요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 집에 그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사실은 공구가 있었는데, 관리 부실로 없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무지의 소치다.

시계를 보더니 J 집사님이 집에 가서 드릴 등 공구를 가져오겠다면서 급히 차를 몰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후예인 집사님은 목수 일을 그 무엇보다 잘 하고 또 즐긴다. 그렇다 보니 봉사의 이력이 또한 상당하다.

새것과 진배없는 여덟 개의 책장이 서재로 입고되어 나의 책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일곱 개의 책장이 새 주인을 만나고 새 식구가 되었다. 이 정도면 5백여 권의 책이 자기 집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책의 향기는 머리를 맑게 하는 청량제와도 같다.

중고등학교에 가끔 특강을 간다. 그때마다 독서의 중요성을 말한다. 처음엔 건성으로 듣던 학생들이 강의가 끝날 즈음엔 호기심을 잔뜩 머금고 더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인터넷문화가 가히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것과 비례해서 책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신의 자양분을 쌓는 데는 충분한 훈련과 시간 또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터넷 문화를 개척한 사람 중 하나인 빌 게이츠는 책의 중요성, 독서의 생명력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그는 출장 등 여행을 갈 때마다 읽을 책을 가방 가득 챙겨 간다고 한다.

그의 삶의 철학 및 사업 아이디어는 동네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말도 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그만큼 단단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다. 독서는 사람의 수준을 향상시켜 준다.

예전에는 책 읽기, 책 사러 가기, 서재 정리 등을 할 때 만큼은 힘드는 줄 모르고 해냈다. 밤을 꼬박 새면서 책과 시름한 적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매사에 힘이 달린다.

책장까지 번듯이 갖춰놓았는데, 저 곳을 채울 일을 생각하니 까마득하다. 책을 서재로 많이 모으긴 했지만 아직 사택에 외로이 떨어져 있는 책도 꽤 된다. 이것들을 서재로 옮기는 일이 눈앞의 과제다.

이사 가는 집에서 책장이 나왔고, 이것을 외당숙이 필요할 것 같다며 조카가 연결시켜 주었고, 또 이 일을 자신의 것처럼 깔끔하게 J 집사님이 해결해 주었다. 삼박자가 맞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은 개인 행위에 속하지만 독서의 유익을 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것의 일환으로 내가 읽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공유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중인데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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