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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니아 샤 지음 『인류, 이주, 생존』

기사승인 2022.01.23  21: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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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승연(경희대학교 교수)

소니아 샤 지음, 성원 옮김 『인류, 이주, 생존』(메디치미디어, 2021년 7월 출판)

정착보다 강한 이주 본능 : 인류의 생존 전략

하지만 다음번의 거대한 이주가 시작될 때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인간은 왜 이주하는가’가 아니다. 이주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역사에 뿌리를 둔 자연의 힘이다. 이 변화하는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숱한 야생의 생명들과 마찬가지로. 지구 생명체의 기나긴 역사에서 이주의 혜택은 그 비용을 능가했다. (p. 337)

인간은 이주를 통해 생존해왔고 발전해왔다. 떠날 설렘과 머물 안도감 사이에서 늘 모험을 택한 집단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퍼져나갔다. 살던 곳을 떠나서 낯선 곳에 정착한다는 것은 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정착의 안도감을 얻는 순간 그들은 또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인류, 이주, 생존』 이 책은 이 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무엇을 쫓아 떠났던가? 소떼에게 필요한 목초지? 농사짓기 좋은 비옥한 땅? 자유? 그들이 떠나면서 쫓았던 것은 비옥한 땅도 자유도 아니다. 떠나려는 그들의 본능이 오늘도 그들에게 짐을 꾸리게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모험심이 자극되면 그들은 또 다시 떠난다. 이 본능은 우리의 캠핑이니 차박하는 습관에서 확인된다. 그들은 경계선까지 가보려 한다.

그러나 그 경계선은 없다. 경계선이라 생각했던 곳에 가면 그 경계선은 또 저만치 멀어져 있다. 무지개를 쫓아 그들은 내일도 또 떠날 것이다.

나비와 같은 곤충은 물론이고, 겨울을 나려고 매년 수천 ㎞를 이동하는 철새 그리고 목초지를 찾아 떠나는 소떼나 양떼도 떠남으로써 살아남는다. 인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살아남기 위한 대규모 인구이동의 예로 이 책에서는 아일랜드를 이야기한다. 1845년부터 1851년까지 있었던 아일랜드 대기근은 오늘날에도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하는가에 대해 설명해준다.

1845년 당시 아일랜드 인구는 800만 명이었으나, 100만 명은 굶거나 전염병으로 죽고, 100만 명쯤은 살길을 찾아 영국, 미국 등으로 떠났다. 그 중 20%는 항해 중 사망했다. 오늘날 아일랜드의 인구는 640만 명으로 대기근 이전의 인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 기근은 감자잎마름병이 그 원인이었다고 밝혀졌다.

현재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아일랜드인들은 이 때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들이며 현재 아일랜드의 인구보다 많다. 노르웨이계 미국인이 노르웨이의 현지인보다 더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최근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국가 밖에서 살아간다.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2,600만 명이 이동했다. 홍수, 폭풍, 지진, 사막화 같은 이유도 있고 정치적, 종교적인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혹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인류에게는 정착보다는 이주 본능이 더 강한 것이다.

당연히 이주를 가로막는 장벽도 있을 수 있다. 정착민들은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길 리 없다. 여기서 생긴 갈등이 영국에서는 브렉시트(Brexit)를 낳았고,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을 반대하는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기도 했다.

브렉시트 등으로 영국의 사회 분열상을 설명하기 위해 David Goodhart가 언급한 ‘Somewheres’와 ‘Anywheres’ 논쟁이 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떠나는 시대는 막을 내렸고, 교통수단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것이 큰 특권인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사회나 떠나는 사람들은 막지 않지만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있다. 기근으로 대량 이주민이 발생하여 미국으로 들어왔던 아일랜드계 이주민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멸시와 차별은 아주 심했다.

이태리계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도 있었다. 이런 사정은 아일랜드계 갱단(Irish Mob)이나 이태리계 마피아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이주자들이 내가 사는 도시로 대거 들어온다면 당장 넘쳐나는 노동력 때문에 임금이 내려갈 것을 걱정하게 된다.

특히 미국의 쇠락한 중부 공업도시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대량 이민에 대한 정치적인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2016년 미국의 대통령선거 때 이들의 실존적 위기감을 자극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을 정주형 인간(Somewheres)이라 부른다.

한편 세계 어디서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외국어는 한 두 개 쯤 할 수 있고,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컴퓨터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Digital native).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나 지역 문화에 대해 두려움이 없다. 이들은 가족, 국가 이런 것에 크게 얽매여 있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어디론가 이동하는 사람들이다.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친구들을 갖고 있다. 국제적인 규칙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국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을 위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살기에 쾌적한 곳이라면 내일이라도 짐을 싸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하던 사업을 계속해 갈 수 있고, 거기서 새롭게 직업을 찾거나 직장을 구할 수도 있다. 이들은 이동형 인간들(Anywheres)이다.

인간 이동의 모습은 ‘Somewheres’에서 ‘Anywheres’로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이동함으로써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찾는다. 이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갖고 있는 본능이다. 최근에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유래 없는 이동 봉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면서 전 인류가 재앙에 직면해 있고 어떻게 이를 공동으로 극복해야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얻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인간은 이를 극복할 것이다. 정착보다는 이주 본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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