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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 자신?

기사승인 2021.12.31  21: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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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배신'은 우리나라에서 극히 꺼리는 단어

배신의 미학(美學), 서로 조합할 수 없는 단어이다. 반어법적 표현으로 사용한 것이다. 배신에 무슨 미학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서 죽 들어 온 말이 바로 사람 배신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 영향일까.

다른 것은 비교적 이해하고 가볍게 넘기는 편이다. 그러나 배신하는 이와는 더이상 관계하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생활철학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어쭙잖게….

배신에 대한 회초리는 서양보다 동양이 더 매섭다. 서양은 현실에 기반한 합리주의가 통하는 사회인 반면 동양은 의리를 중시하는 정적(情的)인 사회여서 그렇지 않나 싶다. 타산(打算)보다는 인간 관계를 더 중시했다.

또 달리 표현하면 서양은 개인주의에 바탕하고 있는 사회이고 동양은 이타주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영어에서 1인칭 주격 대명사는 문장의 어느 곳에 위치하든 대문자 'I'를 쓴다. 이것도 '나' 중심의 개인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한자에서 '사람 인(人)'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자기를 감추고 다른 사람을 드러내는 것, 즉 이타주의의 반영이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사는 삶은 동양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도덕률이었다.

윤석열의 거칠어진 입, 득표에 득이 될까?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선거일이 두 달 남짓 남았다. 각 당 후보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중 국힘당 후보 윤석열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아이들처럼 문재인과 이재명을 합해 '문재명' 이라며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주사파 정권, 미친 사람들, 그들과 투쟁해야, 선거할 것 없이 당장 정권을 내놓고 물러나라... 윤은 문재인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해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이다.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정치하는 동네에선 이런 것을 두고 흔히 '배신 때렸다'고 말한다. 윤은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나갔다. 그가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을 내세웠지만 포장에 불과할 뿐 본심은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었다.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알려진 조국을 끝까지 반대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검찰-조중동 중심의 보수 언론-보수 정당이 카르텔을 형성해 개혁 정권에 맞섰다. 윤은 철저하게 기득권층을 대변한 그들의 기수(旗手)에 지나지 않았다.

의구심 투성이인 아내 김건희의 대국민 사과, 국힘당 안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극약 처방으로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후보에 대해 날 선 비난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선거 전술을 연막전으로 바꾸었다.

조국 수사 강도, 윤에게 부메랑이 되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윤의 비난이 언제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게 현실로 나타난 것이 지지율 추락이다. 국힘당 선대위가 비상 상황임을 토로한다. 윤석열로는 필패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의리와 양심을 중요시하는 윤리관이 자리하고 있다.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의리를 지켰다. 자기 유익을 위해서 사람 배신하는 것을 악덕으로 생각했다. 이런 배신자는 아예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묘한 현상이 일어났다. 대선 국면에서 말이다. 배신자가 영웅 코스프레로 탈바꿈하여 대선 후보까지 되었으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당원 및 일부 시민들의 즉흥적 감정적 반응이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다.

윤이 국힘당 후보로 확정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여당으로서는 보다 쉬운 대선 게임이 되겠다는 것. 정치 신인과의 싸움이 관록 있는 프로 정치인과의 싸움에 비해 쉽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닌가.

대선 후보의 지지도는 여느 인기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운동선수의 인기와 연예인의 인기가 대통령 후보의 인기와 구별되듯이 정권에 각을 세운 검사의 인기도도 대선 후보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혼돈 불가(不可)다.

윤석열, 완주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의 정확도에 대해선 의구심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정 부분 여론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는 있는 게 여론조사다. 윤석열의 지지도가 급격히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궁극적 책임은 결국 당사자에게 귀결된다.

지난 대선 때 반기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높던 지지율이 급전직하 반기문은 중도 포기하지 않았는가. 반기문에게도 '배신의 미학'이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유엔 사무총장이 되도록 도운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지금 국힘당 내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 70% 이상이 후보 교체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후보 본인이 져야 한다. ‘윤적윤’이라는 말이 있다. 윤석열의 적은 윤 본인이라는 것이다. 세 가지를 부연할 수 있겠다. 우리의 정치를 우습게 본 점, 가정 단속을 부실히 한 점, 자신이 한 일을 망각한 점이 그것이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급조된 정치 신인을 지도자로 맞이할 만큼 넉넉지 않은 게 또한 정치하는 동네의 풍토다. 이 점을 윤은 간과했다. 시쳇말로 ‘짬밥’ 수에 무지했다.

윤석열 지지율 하향곡선을 긋다

가정 단속의 부실함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인과 장모가 범죄 혐의로 수사선상에 있고 정작 윤석열 본인도 검찰 재직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런 혐의를 종합하면 조국의 문제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윤은 조국 수사에 대한 검찰의 최종 책임자였다. 조국을 낙마시키기 위해 전 가족원을 대상으로 인디안 기우제식 수사를 강행했다. 수사 인력도 사상 유례없는 200명 규모였다. 국가 전복을 꾀한 것도 아닌데 너무 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지금 윤석열 가족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조국 가족에 들이댔던 칼이 부메랑 되어 윤과 그의 처 그리고 장모에게로 향하고 있다. 조국 때 했던 것의 1/10 강도(强度)로만 수사해도 버티지 못할 거란 말들을 한다.

이건 심성의 강약 문제가 아니라 범죄 혐의의 유무와 연관된다.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다. 이것이 공정과 정의이다. 윤은 법과 원칙의 중요성을 말해 왔다.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되었다.

킹 메이커 김종인의 영향력 약화

두고 보자. 하지만 질 낮은 대선을 봐야 하는 국민은 괴롭다. 킹 메이커를 자처하는 김종인의 영향력도 이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배신의 미학이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우울할 수밖에 없는 국힘당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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