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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음악회 참관기-음악의 향기를 가까운 곳에서

기사승인 2021.12.30  22: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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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그냥 지나치려다가 그날의 감동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연인을 만난 뒤의 여운이 오래 간직되기를 바라듯 음악회도 비슷한 경험으로 쌓아놓고 싶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기분 좋은 일은 오래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

송년음악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단하다'는 말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두 가지 의미의 중첩이다. 하나는 세계적 뮤지선들이 출연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엄중한 코로나 상황 속에 개최할 엄두를 냈다는 것이다.

예술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예술을 아는 사람에겐 억만금의 가치로 다가가는 것도 모르는 이에겐 한 조각 빵조각만도 못할 수가 있다. 우리 김천의 문화지수가 급상승하는 흐름은 환호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중소 도시요 도농 복합 도시인 우리 김천이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을 가지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부러워한다는 말을 들었다. 김천시민으로서 자부심이랄까 자긍심을 가져도 좋겠다. 문화예술도시 김천!

음악회의 정식 명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송년음악회'이다. 매년 이맘 때 개최하던 것을 작년 그러니까 2020년은 코로나19로 건너뛰어야 했다. 올해도 열지 않으면 어떡하나 내심 조마조마했다. 올 송년음악회는 '코로나 극복'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극과 영화에 등장인물이 중요하듯 음악회도 어떤 뮤지션이 나오느냐에 관심이 간다. 지구촌을 무대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김천에 온다? 신영옥(소프라노), 조재혁(피아니스트), 김세일(테너), 박종성(하모니시스트) 거기에 지휘자 이태원 김성진까지....

음악회를 토막 내어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편의상 1부, 2부, 3부로 나누어서 글을 잇겠다. 1부는 송년음악회의 문을 여는 역할이다. 김천시립합창단과 김천시립교향악단의 무대이다. 출연진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 후세의 사람들이 이 모습을 몹시 궁금해하지 않을까.

이들이 소화해낸 제목만을 소개하려 한다.

1.Romeo & Juliet(로미오와 쥴리엣)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Aimer(사랑으로)

2.Mamma Mia(맘마비아)

3.Les Miserables(레미제라블)

-One day More(다시 내일로)

1부 지휘는 이태원이 했고, 김천시립합창단과 김천시립교향악단 Stage 프로그램이었다는 앞에 밝혔다.

 

이어서 김천시립교향악단 Stage 프로그램이다. 시립교향악단의 김성진이 지휘봉을 잡아 시종을 리드미컬하게 이끌었다. 다시 한 번 우리 삶에 있어서 예술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했다. 순서의 짜임을 일별해 보자. 몇 번 반복해서 훑었지만 완벽한 짜임새다.

1.Overture from La forza del destino(G. Verdi의 운명의 힘 서곡)

2.Toledo-Spanish Fantasy(J. Moody의 스페인 환상곡 톨레도)

3.새야 새야(전래민요)

4.Children of Sanchez(C. Mangione의 산체스의 아이들) 이상 박종성 하모니카 연주.

베르디의 운명의 힘 중 가장 유명해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서곡'은 김천시립교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무게감 있게 소화해 냈다. 그 다음 세 곡은 하모니시스트 박종성과 김천시립교향악단의 협주인데, 하모니카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박종성은 하모니카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하모니시스트이다. 피겨 스케이팅에 김연아가 있다면 하모니카에 박종성이 있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가 서 있는 지점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일찍이 베토벤이 "기타가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박종성을 통해서 하모니카도 작은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장도에 건승을 빈다.

15분간의 Intermission(휴식) 뒤에 메인 스테이지의 막이 올랐다. 3부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세계적'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 피아니스트 조재혁, 테너 김세일, 소프라노 신영옥의 무대가 펼쳐졌다. 조수미와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받고 있는 신영옥은 이 음악회를 위해 미국에서 날라왔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G. Gershwin의 Rhapsody in Blue(랩소디 인 블루)를 열정적으로 연주해서 관객들을 피아노 소리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조재혁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즐겨 허무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 곡을 선택해서 연주하는 것도 자유에 대한 동경 아닐까.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역시! 입고 나온 의상부터 다크 블루의 반코트이다. 미국 남북전쟁 때의 기마병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 그가 연주한 '랩소디 인 블루'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일례로 그의 복장 흰색 견장은 피아노 건반과 연결된다. 그의 랩소디는 검은 말을 타고 적진을 자유자재 휘젓고 다니는 마병(馬兵)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테너 김세일이 부른 Una furtiva Iagrima(오페라 사랑의 묘약 中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비극인 듯 또 희극인 듯, 사랑의 묘약으로 남녀 주인공인 혼동하듯 김세일도 그 분위기에 동승해 때론 투박하게 또 때론 매끄럽게 잘 소화해냈다. 그는 송길자 시에 임긍수가 곡을 붙인 '강 건너 봄이 오듯'이 우련하게 다가와 도리어 감칠맛이 났다.

신영옥은 세계적인 소프라노이다. 한국이 자랑할 수 있는 뮤지션이다. 김천에서 그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는 Nella Fantasia, You raise me up로 목소리를 풀고, Il Bacio(입맞춤)으로 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Brindisi(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中 '축배의 노래'로 클라이막스를 내달렸다. 테너 김세일과의 듀엣에서 진가가 나타났다.

환갑을 맞이하는 신영옥에게서 저런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다니! 거기에 원숙함과 노련함까지 덧붙여져 예술성을 한껏 돋우었다. '축배의 노래'에선 파트너 테너 김세일을 배려하며 무대를 이끌어 가는 것이 소리 외에 뭐랄까 인성? 또는 덕성? 하여튼 그런 것이 덧씌워져 감동을 배가시켰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김천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운명의 힘 서곡'은 보통 대곡(大曲) 연주 뒤 앵콜 곡으로 애용한다. 이 곡이 시립교향악단의 '서곡'으로 연주됨으로써 앵콜 곡 연주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탓이 클 것이다. 예상한 대로 앵콜은 없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컸다. 옛 시인은 수세(守歲)라고 해서 가는 해를 붙잡으려 애를 썼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역린(逆鱗)! 무용한 일이다. 김천시 송년음악회는 손에 손을 맞잡고 Auld Lang Syne(석별)을 합창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것조차 할 수 없다. 자리에 앉아 낮은 허밍(鼻音)으로 대신했다.

소리에 빼앗긴 넋을 되찾을 시간, 송년음악회가 열린 김천시문화예술회관 대강당을 나오면서, 가까운 곳에서 느낀 예술의 진한 향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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