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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영변 원자로가 '고철 덩어리'?

기사승인 2021.09.16  0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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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대표(평화네크워크)

9월 초에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 징후가 포착되면서 실제 가동 여부 및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영변의 5메가와트(MW(e)) 원자로는 2021년 7월 초부터 재가동 징후가 나타났고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곳으로 알려진 방사화학실험실도 지난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위성사진 판독결과 유사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 여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능력이 증진되고" 있다고 밝혀,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동시에 이는 "대화 재개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고 미국도 한국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북한의 활동은 다분히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북한은 영변을 지난번에 협상의 대상으로 제시한 바 있고, 여전히 일종의 협상 카드로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지난번 협상은 2019년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폐기할 테니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가운데 민생과 관련된 부분을 해제해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빅딜'을 선호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하노이 회담은 '노딜'로 귀결되고 말았다.

한편, 한미 양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인도적 협력과 대화를 연계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이 대화로 나오는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핵심적인 질문을 해볼 수 있다. 하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재개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보인 북한이 이를 여전히 협상용으로 간주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유력한 인도적 지원 분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 당대회에서 인도적 지원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일컬은 바 있고 이후에도 이러한 입장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즉, 한미 연합 훈련과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과 같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 통신선 복원 직후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서 또다시 통신선이 단절되고 북한의 대남·대미 비난이 강해지고 있는 것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도 남북대화나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낮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22~2026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5년간 국방비를 무려 315조 원을 투입해 대규모 군비증강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든지,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감수하든지 양자택일 하라'는 것은 북한의 전통적인 협상 전략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의 전향적인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미 공언한 것처럼 핵무력 증강에 방점을 찍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이러한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미 양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적대시 정책의 철회 없이는 대화에 임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영변 핵시설 가동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 핵무력 강화" 차원에서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갔거나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일각에선 영변 원자로를 "고철 덩어리"로 표현하면서 몸값을 올리려는 북한의 술수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2008년에도 나왔었다.

당시 북한은 6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취하고 냉각탑을 폭파했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이미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가지고 '쇼'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원자로는 고철 덩어리가 아니었다. 북한은 6자회담이 결렬되자 이 원자로를 이용해 플루토늄 보유량을 늘려온 것이다.

지금도 고철 덩어리로 보기 어렵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33개월의 논의를 거쳐 2021년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는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를 이용해 핵무기 1개 분량에 해당하는 6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매년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중요한 건 또 있다. 이 원자로가 바로 증폭형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삼중수소 생산 시설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선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약 20g의 삼중수소를 생산했고 이 가운데 10g 정도를 증폭형원자탄과 수소폭탄 실험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추정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삼중수소는 7~10g 정도가 된다. 이미 수소폭탄 개발을 공식화한 북한으로서는 추가적인 삼중수소 생산 필요를 느끼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2003년 봄에 있었던 방식을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당시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원했었고 미국은 양자대화를 거부하면서 다자대화를 원했었다. 이에 대한 창의적인 절충안으로 중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대표를 초청해 3자 대화의 형식을 갖췄다가 그 직후 자리를 떠나 양자대화를 가능케 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 정부가 올해 가을에 북한과 미국의 고위 관료를 중국 내 적절한 장소로 초청해 대화를 갖게 만드는 방식을 추진해볼 수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의 체면을 고려해 마지못해 대화에 임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다음주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일본 도쿄에서 만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음주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이들 회담을 통해 굳게 닫힌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정욱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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