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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9월 가을날에....

기사승인 2021.09.16  08: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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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9월 가을날에....


              완행열차
                     詩 / 허영자(1938~ )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  ***  ***  ***  ***  ***  ***  ***
홈질: 바늘땀을 위아래로 드문드문 성기게 꿰매는 바느질의 한 방법...


며칠만 지나면 추석입니다. 오늘 따라 지방도에는 추석맞이 풀베기작업으로 분주합니다. 구부러진 고샅길의 코스모스도 가을을 알리느라 무리지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서두름없는 시골이 좋았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대도시에서 살아 낼 재간이 없어서 차선의 선택지로 농촌을 택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별 의미도 없습니다.

군대를 다녀와 어찌 직업을 구하다보니 
소 키우는 농부로 수십년을 살았지요. 
어디 농촌이라고 완행열차만 서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행열차를 타고  달려온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농촌도 예전하고는 다릅니다. 산업화에 치이고, 도시화로 밀려나고, 정보화에 많이 뒤떨어졌다고는 하지만 60여년 살아보니 농부라는 직업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허영란시인은 바쁘게 달리는 급행열차를 놓친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하시네요. 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을 모를 뻔 했다구요.

바쁜 인생이 결단코 행복한 인생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어쩌다 급행열차를 놓쳤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완행열차를 탔다..."

뒤를 돌아다 보니 농부의 인생은 
느린 완행열차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연착까지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 가을은 급행열차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잊어버리고 완행열차처럼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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