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짐승
詩 / 도종환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 보내는 바람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사람은 누구나 병을 가지고 있다. 육신의 병이 아니면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시인은 산짐승을 소환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산짐승은 병이 침입할 때 의연하게 대처한다. 주위 환경을 살핀다. 아픈 짐승의 지혜이다. 숲은 산짐승의 생활 터전이다. 바람을 보내어 위로한다. 곧 나을 거라고.... 숲의 위로에 힘을 얻어 혀로 상처를 핥는 산짐승은 시간의 경과를 기다린다. 자신의 병 나음은 시간에 달려 있다. 애걸복걸하지 않는 모습이 퍽 성숙해 보인다. 시인도 그 방법을 택한다. 나도 가만히 있자(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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