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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세작들의 전성시대

기사승인 2021.07.17  18: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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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글의 제목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색바랜 이념의 시대에 그렇다고 간첩, 스파이라고는 쓸 수 없지 않은가. 정권의 요직에 앉아 단물을 빨아먹던 이들이 그 정권을 욕하고 타도하자며 주창한다. 저런 작태도 일부나마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다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또는 물리치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비윤리성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을 이 사회는 좋아하지 않는다. 양심이란 보루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사로 윤석열과 최재형을 꼽을 수 있겠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누누이 되뇌었다. 이런 원칙은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안중에 없게 했다. 정권과 척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국 추미애 두 법무부장관과 맞섰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포장한다. 아니다. 이 대립의 고리는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을 사회의 당면 과제로 보는 정권과 그것에 저항하는 세력 사이의 대립이다. 윤석열은 후자의 대표였을 뿐이다.

검찰의 중립? 검찰권의 독립? 이것은 윤석열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다. 그가 검찰총장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아니고 국민을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한 음험한 처신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또 최재형은 어떤가? 감사원장 사표 내고 17일만에 보란듯이 제1야당인 국힘당에 입당했다. 곧 대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최는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대선 공약이었던 정권의 정책까지 감사하겠다고 나부댔다. 그것을 잘 하는 일로 착각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몸담고 있던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전형적인 정치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니, 정치꾼들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선을 넘지 않는다. 최는 어느 교회 장로라고 한다. 기독교인의 맹점 중 하나가 하나님을 끌어들여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대선에 출마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근본주의에 찌들어 있는 신앙인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양심상 거리낌, 윤리도덕적 비판을 예수님 이름으로 덮으려 하는... 두뇌가 맹신으로 굳어 있는 이들은 사회의 시선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윤석열, 최재형을 서두에서 세작으로 표현했다. 세작은 간첩의 다른 말이다. 영어로 스파이(spy). 문재인 정권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출발했다. 대통령이 되어보겠다고 나부대는 윤과 최와는 지향하는 바 출발점이 다르다. 이 점은 두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다.

검찰총장, 감사원장을 지명한 정권도 일 처리를 잘 했다고 말할 수 없다. 현 정권의 정치철학을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자리 제안을 거절하는 게 적절한 처신이었을 것이다. 뻔히 알면서 정권에 들어가서 임기 보장입네, 정치적 중립이네 또는 독립입네 하면서 정권에 상처를 입힌 것은 결국 국가와 국민 앞에 야비한 짓 한 것밖에 안 된다.

윤석열과 최재형이 적으나마 진정성을 보려면 대권을 넘보아서는 안 된다. 속이 훤히 보이는 짓 아닌가. 그 둘이 정권에 대든 것이 정의를 위해서도 아니고 진리를 위해서도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더더구나 아니다. 임기 보장을 무기 삼아 정권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몸값을 부풀린 것으로 읽을 수 밖에 없다.

윤과 최는 사회를 혼란케 하는 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우를 범했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정권과 불편한 관계가 되고 정권에 저항하면 대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못된 선례를 남겼다. 이건 인간관계 이전에 사람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할 윤리도덕의 파괴를 의미한다.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태극기부대 유의 지지가 있겠지만 그들의 표만으로 당선이 가능하겠는가. 어림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에선 윤과 최와 같은 무례한 처신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의 보완 작업에 나서야 한다. 5대 권력기관-검찰총장 국정원장 감사원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의 장(長)은 일정 기간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

면종복배(面從腹背)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겉으로는 따르는 것 같지만 배신의 마음을 갖고 있을 때 쓰는 말이다. 이런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이들을 등용하면 반드시 후환이 따른다. 정권에 소속된 사람인 척 행동하지만 결국 등에 칼을 꽂는다. 이들을 세작이라고 일컬으면 당사자들이 기분 나빠할까? 할 수 없다. 바야흐로 세작들의 전성시대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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