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수상(隨想)]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날 때

기사승인 2021.07.10  21:14:21

공유
default_news_ad1

-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책 좋아하는 것도 병이다. SNS의 시대에도 이 병은 쉬 고쳐지지 않는다. 책은 가끔 나를 쫀쫀한 사람으로 만든다. 돈을 써야 할 곳인데도 '이 돈이면 보고 싶은 책이 한 권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주저할 때가 있다.

 

허나 스스로 위로한다. 다른 데보다도 책 사는 데 돈 쓰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학창 시절 땐 한 달 생활비로 몽땅 책을 사는 바람에 허기를 감수해야만 했던 적도 있다. 또 경찰서 판금 도서를 폐지로 실고 나오는 고물상에게서 리어카 째로 사서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책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든 한 아가씨에게 자필 사인(sign)을 해서 책 한 권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책, 장기표가 쓴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날 때>(형성사)이다.

 

장기표 지음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날 때>(형성사, 1988년). 나는 책 표지 안 쪽 면에 "이 세상에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란 글을 써 넣어 아가씨의 마음을 잡았다.

 

책 제목엔 나의 바람이 어느 정도 함축되어 있었다는 것을 누구나 눈치 챌 것이다. 그 책 표지 안 여백에 이런 문장을 기입하고 날짜와 나의 이름을 덧붙였다. 결혼을 하고 들은 얘기지만 이 글귀가 그대로 마음에 와 박히더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

 

책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아득한 옛 시절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요 며칠 사이 몇 분으로부터 책 선물을 받았다. 그 어떤 선물보다 책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굶어도 배부를 요즘이다. 부(富)가 쌓여 가는 기분이다.

 

온누리교회 담임 이재훈 목사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그가 만만한 목회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님으로부터 저서 <생각을 생각한다>(두란노)를 우편으로 받았다. 읽은 뒤의 느낌, 그가 만만한 목회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중동기독신우회 편남영 장로님에게서는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음 전의우 옮김 <기독교 변증>(국제제자훈련원)과 손희영 <구원이란 무엇인가>(복있는사람)를 직접 받았다.

 

오늘(3월 21일)은 역사문제연구소의 이윤 선생으로부터 또 몇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문영미의 <세상을 품은 작은 교회-한빛교회 60년사>(삼인), 강준만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인물과사상사), 조국 교수가 사회를 본 시민정치 콘서트 <우리가 유권자다>(알마)가 받은 책들이다. 모두 현 시국과 접맥된 것들이어서 관심이 간다.

 

우리 교회에서 지역 사회에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마을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려 차를 마시며 보고 싶은 책을 읽는 공간을 교회 한 쪽에 마련하는 것이다. 북 카페라고 해도 좋고 마을문고라고 해도 상관없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하려면 책이 많아야 한다. 나는 그래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며 자꾸 보내라고 한다.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이신 이윤 선생이 보내 준 책. 오늘날의 시국과 접맥되는 책들이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SNS가 아무리 발달한 사회라지만 책의 고유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Bill Gates)는 지금도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읽을 책을 가방 가득히 챙겨 간다고 하지 않는가. 인터넷 문화의 선두 주자인 그도 모든 아이디어는 책에서 얻는다고 고백하면서 독서에 열정을 쏟아 붓는다고 한다.

 

내게 책을 선물하는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린 사랑이란 이름(책)으로 만났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소중한가. 책은 나의, 아니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다. 책이 있으므로 살맛이 난다. 책은 말 없는 동반자이자 그것을 넘어 우리 모두의 스승이다. 절대 지나친 말이 아니다.

 

* 이 글은 필자가 2017년에 쓴 책에 대한 수상이다. 활자화되지 않은 글이어서 늦게나마 김천일보에 올리는 것이다. 참고해서 읽으시기 바란다(필자 주).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