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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강덕상 선생의 부음에 부쳐

기사승인 2021.06.13  14: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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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현(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현대사 연구가)

강덕상 선생의 부음에 부쳐

재일사학자 강덕상 선생께서 6월 12일(토) 노환으로 타계하셨다. 향년 90세. 재일조선인 문제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기신 고 박경식 선생과 함께 재일 사학계에서 쌍벽을 이뤘던 분이다. 강 선생의 와세다대학 동문이자 재일조선인 연구에 조예가 깊었고, 특히 친일파 연구의 선구자 고 임종국 선생과도 교류가 깊었던 미야다 세츠코 여사도 몇 해 전에 타계했다. 세 분을 모두 만나 뵌 것은 나로선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강 선생의 자택은 도쿄 신주쿠역 미나미구치 근처에 있었다. 나는 선생의 1층짜리 단독주택 자택을 취재차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서재는 옛 일제시대 문서들로 가득했다. 그 많은 문서에 전부 견출지를 달아 한 눈에 알아보도록 꼬리표를 달아 둔 것이 이채로웠다. 선생은 조용한 성격에 전형적인 학자풍의 면모를 가진 분이었다. 선배인 박경식 선생을 존경하였고, 박 선생 사후에 박 선생의 자료관리도 도맡아 하셨던 분이다. 인품이 그런 분이었다.

97년 4월 중순에 찾아뵈었을 때 막 원고를 탈고해 출판사에서 보내온 초교 대장을 보고 계셨다. 일제말기 조선인 학병에 관한 책(아래 오른쪽 사진)이었다. 정작 학병으로 끌려가 고생을 한 사람들은 한국사람인데 국내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학병 연구서(학병 출신들의 회고록 말고) 한 권이 없다. 선생은 그렇게 연구의 사각지대를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연구하고 또 자료수집을 하는 분이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내가 그 책을 번역하겠노라고 했더니 제자 중에서 번역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귀국 후 나는 학병 권유 관련 친일파들의 글을 모아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선배 역사학자들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금이야 역사 DB도 있고 해서 자료검색이나 수집이 매우 용이하다. 그러나 선배세대들은 일일이 도서관이나 자료관을 찾거나 당사자들을 만나서 수집하고 증언을 들어야만 했다. 한 예로 임종국 선생은 몇날 며칠을 도서관에 쳐박혀 총독부 관보를 뒤져서 친일파들의 이력을 추적하곤 했다. 선배들의 그 수고로움이 눈물겨울 정도다. 그런 노고가 있었기에 후배들이 앉아서 역사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강 선생의 부음을 접하면서 송구한 마음과 함께 감사의 념을 떨칠 수 없다. 특히 선생은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피해 진상을 밝혀내 이 내용을 일본 교과서에 싣도록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비록 몸은 일본에서 거의 평생을 보냈지만 마음과 정신은 우리와 늘 함께 하셨던 분이다. 일본 사회의 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외길을 가신 분이다. 이제 이승을 떠나신 선생의 영전에 대한민국 정부가 문화훈장(혹은 국민훈장)을 바친다 한들 흠이 될 리 없다. 아니, 그게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 강덕상 선생은 1932년 경상남도 함양군에서 태어났다. 2년뒤 1934년에 일본으로 이주,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사학과 졸업하고 메이지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동양사를 전공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히토쓰바시 대학교 교수를 거쳐 와세다 대학교 명예교수로 지냈으며 현재 시가현립 대학교 명예교수이고,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이다. 또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지도위원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는 『근현대 한일관계와 재일동포』(1999년), 『呂運亨評傳(여운형평전)<1>朝鮮三.一獨立運動』(2002년), 『呂運亨評傳(여운형평전)<2>上海臨時政府』(2005년),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2005년), 『カラ-版 錦繪の中の朝鮮と中國:幕末.明治の日本人のまなざし』(2007년) 등이 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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