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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용의 국내여행 - 오봉저수지에 자두꽃이 피었네

기사승인 2021.05.03  10: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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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네비게이션 ‘지니’는 직진하라고 한다. 한참을 달려 왼쪽으로 가란다. 왠지 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정적인 것은 삼거리에서다.

작년, 아포에서 좁을 길을 달려 오봉저수지로 갔었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고 있기에 지니 말을 듣고 있다.

지형상으로 오봉저수지는 왼쪽에 있을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 가라고 한다. 지니 안내를 따라가기는 가는데 산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남자는 일생에서 세 여자 말을 잘 들으면 된다고 한다.

‘엄마’, ‘아내’, ‘지니’

나는 길 감각이 있어 잘 못 들어가 돌아간 적이 별로 없다. 초행길을 갈 때 미리 지도를 보거나 길을 물었다. 요즘은 길에 사람이 다니지 않지만 네비게이션이 있어 편해졌다.

자가용에 있는 네비게이션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카카오톡 네비게이션 앱을 이용한다.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알려주니 세상 참 좋아졌다. 고속도로 진입 때 ‘하이패스’도 그렇다.

초행길이면 지니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지만 길을 알고 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지니 말을 듣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가면 지니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돌아가라고, 유턴하라고 아우성친다. 나는 무시하고 간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봉저수지는커녕 웅덩이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름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과수원이 펼쳐졌다. 네비게이션을 확인하니 ‘오봉지’다.

오봉지와 오봉저수지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오봉’ 하니 쟁반이 생각났다. 오봉저수지로 다시 검색하니 되돌아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3.2Km에 있다.

하얀 자두꽃과 연분홍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다. 카메라를 꺼내어 차에서 내렸다. 오봉저수지로 바로 갔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아름다운 풍광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나름대로 의미를 둔다.

십수 년은 되어 보이는 구부러진 고목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따뜻한 봄날에 꽃을 피웠다. 파릇파릇한 풀이 주단처럼 깔렸다.

코를 꽃에 가까이 대어 향기에 취한다. 선명한 꽃잎 사이로 꽃 수술이 섬세하다. 꽃 밑에 연한 잎이 돋아났다. 작은 꽃망울이 귀엽다. 생김새가 비슷한 것 같아도 다른 꽃이다.

꽃은 가까이 보아도 멀리서 보아도 좋다. 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히는 것은 생명의 신비다.

김천은 전국 자두 생산량 27%를 차지하며 1위다. 이맘때 즈음이면 골마다 마을마다 자두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포도는 전국 생산량 11%로 1위다. 몇 년 전부터 전국 최초로 수확한 샤인 머스켓이 유명하다. 내가 좋아하는 망고 맛이 나는 것이 신기했다. 비싼 것이 단점이다.

호두 역시 전국 생산량 31%를 차지하며 1위다.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은 4위다.

늦은 오후에 오봉저수지는 고요하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반영이 멋지다. 저수지는 거울처럼 매끄럽다. 내 마음은 호수가 되지 못하고 심란하다.

만개한 벚꽃과 어우러져 한 폭의 자연 그림을 보며 감탄한다. 작은 과수원의 자두꽃은 조금 전에 본 것과 달랐다. 나무에 따라 꽃의 생김새와 빛깔이 다르다.

벤치에 앉아 해질녘의 파스텔 색조의 노을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좋아하는 이문세와 김윤아의 노래가 가슴을 적신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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