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눈길 함부로 걷지 마라 / 오늘 내가 간 길을 뒷 사람이 따를 것이니)
조선 중기의 문인 임연당(臨淵堂) 이양연(李亮淵)의 '야설(野雪)이란 시다. 꼭 선구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자세에 대해 깨우침을 주는 글귀이다.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이 시를 좋아했다. 무슨 일을 결행할 때마다 이 시구를 되뇌었다고 한다. 서예를 좋아했던 선생이 이 시구(詩句)를 직접 써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며 존경 받는 삶에 대해 대화를 하기도 했다.
활석(活石) 손양원 목사는 백범이 지닌 사고(思考)와 실천적 삶을 높이 흠모했다. 활석이 백범을 방문했을 때 받은 선물이 임연당의 이 시가 담긴 액자였다. 활석은 목양실에 이 액자를 걸어놓고 의미하는 바를 묵상하곤 했다.
두 분은 오랫동안 교제를 나누었다. 백범이 1876년생이고 활석이 1902년생이니까 26년이란 나이 차가 있다. 활석이 아들뻘밖에 되지 않음에도 백범은 예를 갖추어 활석 손양원을 대했다고 한다. 두 분은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진 = 독자 고성은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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