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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협상과 투쟁 그리고 전투와 전쟁

기사승인 2021.01.17  17: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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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어폐가 있는 말 같지만 그는 두 명의 법무장관과 싸워 이겼다. 어떻게 보면 정권과 싸워 이겼다고도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법무장관은 옷을 벗었는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승리감에 취해 있어서일까. 윤은 기세를 몰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월성원자력 관련 수사와 김학의 출국 금지 문제에 칼을 대려 한다. 그로서는 정권에 흠을 낼 수 있는 소재이다.

그런데 과연 윤 총장이 의도한 대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또 그가 바라는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수사 진행과 결과가 의도한 대로 나온다고 해도 윤과 검찰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도 잘 모르겠다.

민주주의는 삼권 분립을 기저로 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검찰(그들은 늘 준 사법기관이라고 함)이 사법부와 호흡을 같이 하며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타격을 준다고 해도 일이 완결 되는 게 아니다.

입법부 즉 국회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을 만들어 검찰과 사법부를 견제할 때 그들의 활동 영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 두 사람을 중도 하차 시켰다고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모 방송 인터뷰에 나왔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해 대뜸 고맙다고 했다. 윤이 두 장관과 대립 갈등하는 과정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께 각인시켜 준 공로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윤이 법과 원칙에 따라 법 집행을 하겠다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임기 2년의 검찰총장이 정권과 사사건건 부딪힐 때 국가 경영의 동력을 얼마만큼 떨어트릴 수 있는가를 보여 주었다.

지금 여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공수처 설치는 법대로 추진되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검찰에 불리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된 데 있어서 책임의 많은 부분은 윤에게 귀결된다.

검찰도 조직이다. 조직 중에서도 강한 조직에 속한다. 법으로 그 조직에 변화를 꾀할 때 수장은 협상에 임하게 된다. 줄 것 주고, 받을 것은 챙겨야 하는 법이다. 이런 협상에 필요한 것이 정무적 판단이다. 윤은 대들기만 잘 했지 대화엔 제로였다.

그를 두고 전투에선 이겼을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졌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검찰의 권한이 어디까지 줄어들지 모른다. 검찰공화국의 황금기를 생각한다면 검사들 떫은 감을 씹는 심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모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점이다.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다. 지난 번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했을 때 다수의 검사들이 윤을 지지했다. 한 극우신문은 99% 지지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건 이성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도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99%는 이익집단의 감정적 표출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권력을 누려 온 우리나라 검찰이 아닌가.

누렸으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게 인생의 법칙이고 조직 문화 간의 관계이다. 윤이 정권과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엔 '법과 원칙'이라는 수식어가 또 붙을 것이다. 과연 뜻대로 될까.

아무리 돌이켜 봐도 윤석열은 특수부 검사에 머물렀어야 할 사람이다. 사고와 행동 자체가 그렇다. 그런 사람을 중앙지검장에다 검찰총장까지 앉혔으니. 결국 정권이 이런 우사를 당하는 것 아닌가. 이것 또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리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 잘 써야 한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인물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야 한다. 배신을 때리는 것보다 야비한 건 없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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