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농부작가 문홍연의 포토(photo) 뉴스 - 건빵차를 지나며....

기사승인 2020.11.26  11:42:49

공유
default_news_ad1

#포토(photo)에세이
건빵차를 지나치며....

오늘도 건빵차는 전(廛)을 펼쳤습니다.
"국내산 보리 건빵 1포대 만원 1봉지 2천원" 하지만 저는 오늘도 그냥 지나칩니다. 몇 년째 저 앞을 지나치지만 건빵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었군요. 
굳이 그 이유를 찾는다면 
군복무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이지요.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건빵에 관한 추억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논산훈련소에서 허기를 달래려고 화장실에 숨어 몰래 먹던 추억도 있을 테구요. 

훈련을 마치고 나면 작대기 한 개를 달고 자대배치를 받습니다. 찬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어느 늦은 겨울밤에 처음으로 보초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와서는 관물대 옷 속에 감춰뒀던 건빵을 꺼내서 별사탕과 같이 씹어 먹는 맛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 물론 고참이 되어서는 라면으로 바꼈지만요. 몇 시간 보초를 서고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데는 라면국물만한 것이 어디 있을라구요. 
뜨끈한 국물을 반합뚜껑으로 한가득 후루룩 마시고나면 양치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노곤한 심신이 스르륵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제대한 사람들이 군대시절의 이야기를 하면 십중팔구는 먹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먹는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상병 때였습니다. 희미한 기억으로는 야간훈련을 나가는 첫날이었습니다. 중대장님이 훈련에 관해서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지시하는데 제가 무슨 마음에선지 주머니 속에 있던 건빵을 하나 꺼내서는 입에다 살짝 넣었습니다. 중대장님과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문 상병 이리 나온나"
진압봉으로 복날에 개 맞듯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벌칙까지 내리데요. 행군하면서 건빵 한 봉지를 물도 없이 
다 먹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명령이니 따라야지요.
꾸역꾸역....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목이 막혀서....
그 사건 이후로 건빵 맛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맛있던 별사탕도 안 먹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건빵은 밀가루로 만들지요 수분 함량이 6% 이하가 되도록 구워서 만든 마른 빵입니다. 반죽은 보통 빵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데 수분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합니다. 수분이 거의 없다보니 세균이 번식하기도 힘들고 가볍기도 해서 휴대와 장기보관이 용이하지요. 처음에는 긴 항해를 하는 뱃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십비스켓(ship biscuit)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딜 가나 식량사정이 좋아지고 군인들의 입맛도 많이 변했는지라 이제 건빵은 군대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고 하네요.

추억을 드듬다 보니 어느새 파란 신호로 바꼈습니다. 건빵차가 점점 멀어집니다. 이제는 세월도 40년이나 지났고 아픈 기억도 희미해졌으니 다음에 저 곳을 지나칠 때는 만 원짜리 1포대는 너무 많고 이천 원짜리 건빵 1봉지를 사서는 먹어봐야겠습니다. 맛이 어떤지....

문홍연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