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탐방] 좁지만 바다보다 더 큰 꿈을 지향하는 카페 드립(CAFE DRIP)

기사승인 2020.11.12  17:35:19

공유
default_news_ad1
이 기사만큼은 프롤로그가 필요할 것 같다. 내로라하는 서울 소재 조형대를 나온 건축가다. 평생 이 일로 녹(祿)을 이어왔다. 은퇴를 했으면서도 여기저기서 부르면 달려가서 갖고 있는 달란트로 죽어있는 또는 죽어가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는 스스로 ‘재생 건축가’란 직함을 넣어 명함도 만들었다. 남을 돕기만 하다가 스스로 자신을 위해 만든 공간이 ‘카페 드립’이다. 여기서 ‘드립(drip)’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커피 드립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커피를 일컫는다. 하지만 카페 드립에서의 그것은 또 다른 의미가 깃들어 있다. 공간의 철학적 의미 부여라 할까. 주인장이 장로로 있는 교회 목사님이 명명해 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Drink, Rest, Imagine, Perform의 두문자를 딴 것도 된다.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고, 쉼을 얻고, 맘껏 상상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장소…. 이런 곳이면 발품 한 번 팔아 방문해 보고 싶어지지 않는가(편집자 주)

 

CAFE DRIP. 가고 싶었던 커피숍 이름이다.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먼 이곳. 소박한 가운데 문화가 있고 인정이 넘치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자리하고 있어서 좋다. 따라서 결론은 편안한 공간이란 말이다.

커피숍 안팎에 꾸며 놓은 소품 하나하나에 주인장의 정성이 오롯이 녹아 있다. 의자들, 전구들, 소형 화분들, 스마일 표지판에 이르기까지 주인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의 결정물들….

요즘 어린이들도 신발주머니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5,60대 사람들에겐 추억의 물건이자 전설이 된 주머니이다. 저것 없이 학교를 갔다가는 두 팔 들고 벌서기를 감수해야만 했다. 역시 추억 소환하는 CAFE DRIP이다.

창틀엔 소형 화분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창밖에 펼쳐지고 있는 가을 나무는 단풍으로 단장한 것이 이수인의 가을편지를 한 곡 뽑고 싶게 만든다. 탁자의 한 켠에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꽃, 종이상자의 ‘decdjfh 101’은 무슨 뜻?

안에 테이블 6개, 밖에 5개... 여름에는 실내보다 바깥 테이블이 더 인기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고 오색으로 물 들었던 단풍이 질 무렵... 따뜻함을 찾는 계절이 다가오면 바깥 테이블은 겨우내 비 인기주...

입구 벽 높은 곳에 붙어 있는 자전가는 카페 드립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듯... 근데 그 밑에 지네 모양의 저 도구는 뭘까? 아무래도 자전거와 관계가 될 듯 바퀴 공기 주입기(펌퍼). 완상용이 아니라 실용 도구를 장식용으로!

커피 잔 속의 선인장 유(類)가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 사람에겐 눈요기지만 이 식물들에겐 그야말로 생사가 달린 문제가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인장과 손님들이 전하는 따뜻한 눈길이다. 그것이 이들에겐 비타민이 되는 셈. 카페 OPEN 11:00, CLOSE 21:00.

문화의 영역은 다양하다. 협의의 내용만 해도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다. 거기서 도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카페 드립엔 곳곳에 책이 주제별로 꽂혀 있다. 문학 역사 철학 종교 등으로…. 역시 문사철(文史哲)은 인문학의 기반이다. 이외에 영화 만화 여행 등이 책장의 주인을 자처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은 세상을 긴장하게 만든다. 순진무구한 곳엔 병이 범접치 못하는 법인데,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발열 체크기, 손 세정제, 방문자 기록지가 준비되어 있다. 우산꽂이마저 문화의 일부로 보이고...

곳곳에 주제별로 책이 꽂혀 있다고 했다. 그 중에 낯익은 책들이 두루 보인다. 반갑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유안진의 수필집으로 젊은이들의 사귐에 대한 글이다. 참된 우정이 무엇인지 젊은이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창문엔 '어린왕자'가 누군가와 우주를 유영(遊泳)하고...

SNS의 발달도 필기구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한 흐름에 반기라도 들 듯 연필과 포스트잇을 준비해 놓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서(戀書)를 쓰도록 재촉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니면 못 이룬 사랑의 그 이에게...

소공간이지만 활용도는 여느 것 못지않다. 커피 타임의 상시 공간 이외에 스터디 룸, 독서 토론, 영화 감상, 인문학 강의 나아가 예배 처소에 이르기까지... 장소가 넓지 않은 관계로 참가 인원을 선착순 10명에서 Cut off!

전체 공간에서 차지하는 커피 Make up 장소가 좁지 않다. 지금 이 사진 안엔 카페 드립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50 여 종류의 커피와 차. 커피 기계, 주인장 부부까지... 고급 노동의 대가를 걱정하는 이에게 “그걸 생각했다면 이 일 시작 안 했겠지...”

커피만 있는 게 아니다. 쌍화차와 17곡물 차도 있다. 따라서 카페 드립 메뉴를 말할 땐 '커피와 차'라고 해야 한다. 쌍화차와 17곡물 차는 경동시장 한약재상에게 특별 주문한 것이라고... 감기와 독감 등 겨울철 병에 비장한 무기?

비디오 기기(器機)에 중절모는 과거와 현대의 절묘한 조합이다. 비디오플레이어를 보니 찰리 채플린의 풍자적 무언극을 보고 싶어진다. 그 위의 중절모는? 지극히 한국적인, 가난 속에서 서양화를 빚어낸 이중섭이 저런 중절모를 가끔 썼지 아마?

색 바랜 레코드 판, 지금은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우리 장노년의 사람들에겐 한 때의 친구였다. 낯익은 사진은 김민기인 것 같다. 그가 부르고 쓰고 무대에 올린 '금관의 예수'는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좁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영화관 풋잠'  카페 드립 2층 공간의 공식 이름이다. 풋잠은 선잠을 말하는 것인가. 이곳에서 오순도순 본 영화 줄거리는 풋잠 속의 아련한 이야기일 것 같아 붙인 이름이 아닐까. 어떻든 좋다.

언제 적 영화들인가? 왕가이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소시민성, 이안 감독의 'Brokeback Mountain'은 미국산의 드라마 제목이지 싶다, 'The Beatles'는 지난 세기 세계 음악을 주름잡던 4인조 그룹이다. 문화의 대중성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카페 드립에 오는 손님을 입구에서 맞이하는 이는 미 루즈벨트 대통령의 애칭이기도 한 테디베어이다. 안팎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전문가의 손을 거친 것... 상업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의 본능을 터치하는 솜씨는 재생건축가 편남영(66세)의 작품이다.

도어락에 호실과 초인종까지 갖춘 블루의 문은 장식용일까 아니면 실제 사용하는 문일까? 수준 높은 인테리어 작가인 주인장을 생각할 때 전자일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정답 “원래 실용문이었는데 지금은 앞쪽으로 문을 내어 사용하지 않아요.” 장식이 되었다는 것.

빨간 우체통. 앙증맞은 우체통을 보면 왜 편지가 쓰고 싶어지지? 청소년기 이런 우체통에 love letter를 넣었던 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짝사랑의 징표는 의식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회고의 대상, 그래서 더 아름답다는….

카페 드립 주인장 부부. 바깥주인은 인테리어 작가. 안주인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춘 전문인이다. 기자가 사는 김천에 비슷한 문화공간을 마련하라고 권유한다. 적극 돕겠다며.... 글쎄요, 관심 보일 사람들이 없지 않을 듯한데….

주위의 경관과 함께 아름다운 가게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겨울 걱정을 했지만 눈 덮인 경치를 감상하며 드는 한 잔의 드립 커피…. 생각만 해도 향기가 몽실몽실…. 인근 지역뿐 아니라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방문할 날도 멀지 않은 듯….

옛 주소 동대문구 휘경동 146-66, 새 주소는 서울 외대역동로4길-48. 네비를 치면 떡하니 나타난다. 아니,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유명하면 네비도 알아보는 법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주차 공간도 잘 확보되어 있다.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