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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어쩌다 전작권 전환이 미국의 '꽃놀이패'가 되고 말았나

기사승인 2020.10.16  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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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미국의 일방주의와 한국의 저자세가 맞물린 위험한 결과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14일(미국시간)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보고 든 느낌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물론이고 격동기에 접어든 동아시아 정세에서 군사 문제는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결과는 퇴행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종전선언과의 마찰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구절이 눈에 띈다. SCM 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3년 만이다. 

이는 비핵화의 의무를 북한에만 한정한 것으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만의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할수록 이러한 목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간단한 이치를 SCM이 담지 못한 것이다.

유엔사 부분도 문제가 있다. "양 장관은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그 임무와 과업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했지만, 유엔사의 한국 주권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왔다. 이에 따라 유엔사의 권한을 축소하면서 한국의 관리·관할권을 증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서 장관은 정전협정과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의거 유엔사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지지한다"고 밝혀 유엔사 문제 해결 가능성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도 악화를 예고하고 말았다. "양 장관은 성주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구축하기로 하였다"고 했는데, 이러한 내용 자체가 SCM에 들어간 것이 2017년 임시 배치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마치게 되면 정식배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북한, 중국,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면서 한반도와 역내 정세는 더욱 불안해지고 말 것이다.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도 눈에 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지속 여부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쟁점이 되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 및 작년 6월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북한의 반발을 초래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SCM에선 "지속"을 명문화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스퍼 장관은 보완능력의 제공을 공약하면서, 구체적 소요 능력 및 기간을 결정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였고, "서 장관은 한반도의 방위에 필요한 한국군의 적절한 방위 역량을 획득할 대한민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미국이 보완 전력 제공을 한국의 군비증강과 연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한국 방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무기판매는 늘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이번 SCM 성명에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진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서욱(오른쪽)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했다. 사진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자신의 SNS에 게시한 서욱 국방장관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에스퍼 장관 트위터(연합뉴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국군의 대규모 군비증강 지속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연계된 사안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는 남북 및 북미 정상들 사이의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트럼프의 약속 사항이었다. 또한 2018년 4월과 9월 남북정상회담에선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나가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약속과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이번 SCM에서 퇴행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회복 가능성도 위축될 위험이 커졌다. 

그렇다고 전작권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양 장관은 전작권이 미래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시간을 정하기보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런데 조건을 충족하려다보면 조건에서 멀어지는 역설이 존재한다. 한국이 한미연합훈련과 대규모 군비증강으로 조건에 다가설 것 같으면 북한도 "새로운 전략 무기 개발" 및 단거리 발사체 4종 세트와 같은 군비증강으로 맞대응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남북한 사이의 군비경쟁과 갈등은 전작권 전환의 또 하나의 조건인 한반도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군산복합체의 수익은 늘어나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도 불분명해지면서 말이다. 

어느덧 전작권 전환은 미국에게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이것저것 조건을 붙이면서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꽃놀이패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미국에게 준 것이었다.

당초 전작권은 2012년 4월에 환수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 2015년 12월로 연기해버렸다. 그런데 이마저도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연기하면서 '시기'를 '조건'으로 바꾸자고 미국에 제안해 관철시켰다. 안타깝게도 이것을 바로잡았어야 할 문재인 정부도 이를 계승하고 말았다. 

전작권 문제는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6위의 군사력을 갖췄다'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가장 자주적이어야 할 군 수뇌부는 미국의 우산 아래에서 안주해왔다.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보수의 기본조차 망각하면서 전작권 문제를 정쟁화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권도 한미군사훈련 및 대규모 군비증강에 의존하는 전작권 전환 시도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거나 외면해왔다.

군 수뇌부와 여야의 초당적인 반성이 필요한 까닭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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