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문정일 교수의 생활산책 (53) - 모바일 전화기 분실소동

기사승인 2020.09.16  21:07:52

공유
default_news_ad1

-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약 보름 전에 본인의 불찰로 모바일 전화기를 분실하여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 고심하고 있었는데 어느 지인의 조언을 따라 《지구대(파출소)》와 《소속통신사(LGU+)고객센터》에 위치추적을 의뢰하였다.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한 군데서 위치추적의 결과를 통보해왔는데 전화기는 우리아파트 OOO동 3라인으로 위치가 표시되었으나 공중에서 투사(投射)한 지도여서 아파트의 층수를 알 수 없으니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특정 동(棟)을 대상으로 “핸드폰을 습득하신 분은 아파트 관리실에 맡겨주세요“라는 내용을 한 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서 방송을 해주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소식은 없었다.  

분실한 전화기 카버에는 운전면허증이 들어있어서 분실자의 성명, 생년월일 및 주소가 명기되어 있는데  전화기가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전화기를 돌려줄 의향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 “이웃의 인심이 참으로 야박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분실한 지 5일 만에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여 전화기 분실로 인한 소동은 일단락이 된 셈이었다. 

데스크 탑 컴퓨터에 카톡을 설치해 놓은 덕분에 전화기가 없는 동안 지인들과 의사소통은 큰 불편 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전화기를 잃어버리고 전화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노심초사하였는데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고 나니 전화기 주인의 마음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분실한 전화기에 들어 있는 많은 정보를 새로 복원하는 작업이 힘들겠지만 생각해보면 교통사고로 몸을 다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을 입은 것도 아니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라 여기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전화기를 분실하고 2~3일 동안은 공연히 마음이 허전하고 이상한 상실감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카톡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미국 뉴저지에 있는 아우에게 전화 잃어버린 이야기와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기로 하였다는 말을 전했더니 동생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왔다. “조금 웃기는 듯하지만 의미 있는 실화(實話)“라고 하면서 나에게 전해준 내용은 아래와 같은 요지였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60대 중반의 한 여자 권사님이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려고 예배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답니다. 이때 뒤편에서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가까이 지나가면서 성경 찬송이 담겨있는 권사님의 핸드백을 잡아 낚아채서 강탈해 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방 손잡이를 꽉 잡았으나 워낙 강한 힘으로 낚아채는 범인의 완력을 당할 수가 없었다지요. 그 권사님의 전언(傳言)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 가방 속에는 성경 찬송 외에 귀중품은 없었는데 핸드백을 채가지고 달아나는 범인을 향하여 크게 소리쳤다는군요. ‘야, 이놈아! 성경 읽고 예수 믿어 구원받아라!’ 이건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 실화입니다. 형님이 분실한 전화기를 소지한 사람도 예수 믿고 회개하여 구원받으면 좋겠습니다.“

아우의 말을 듣고 보니, 내 전화기를 습득한 사람은 양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 여기고 동생이 보내온 카톡글에 이런 답글을 보냈다. “문 목사 말에 100% 동감일세.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처음에는 전화기를 돌려주지 않는 양심이 밉고 야속하더니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새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내 마음은 잃어버린 전화기가 ‘전도의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날마다 일어나는 세 가지 이상한 기적(?)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성경말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요, 둘째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전도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믿고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란다. 이 말이 우스개 같지만 평소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전화기 분실 소동을 겪으면서 우연찮게 ‘전도’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밤을 새워 말하지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분에 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우리자신의 모습을 본다. 복음을 소중히 여긴다고 하면서 전도하지 못하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믿음이다. 우선 나 자신에게 자문해 보아야 할 일이다.

문정일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