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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덕상의 『呂運亨 評傳』(1~4)-조선 독립에 인생을 바친 운동가, 여운형 ④

기사승인 2020.08.22  10: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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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수(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 교수)

이규수 교수(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

Ⅳ. 여운형 평전을 마칠 때까지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

필자는 평전을 통해 일관되게 민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여운형을 통해 남북 분단의 극복과 통일의 방향성을 전망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강점 이후 의병전쟁과 계몽운동에 헌신한 독립 운동가들은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각지로 망명했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조국 광복을 위해 스스로를 헌신했다. 각 세력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했다. 여운형의 신한청년당 창당도 그러한 움직임의 하나였다.

여운형을 매개로 한 신한청년당의 활동을 중시하지 않고서는 윌슨에게 보낸 독립 청원문이나 도쿄 유학생의 2⋅8독립선언 나아가 국내의 독립선언서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립운동 세력은 각자 거주하는 국가와 지역이 달랐고, 출신 성분이나 이념 사상에도 다소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런 차이를 극복하고 운동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민족이라는 입장이었음을 강조했다. 여운형의 역사적 평가는 민족이라는 틀을 통해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평전 집필을 시작하며 ‘연구 대상과의 거리’(1권, 9쪽)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나중에 보면 필연의 연쇄이겠지만, 시대의 분기점이나 각 운동이나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때그때의 선택사항이 있다. 필자는 여운형이 선택한 길은 적어도 해방까지는 틀리지 않았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민족의 운명을 개척한 인물이었음을 논파했다. 여운형 연구의 최고 가치는 민족 분단 극복을 위한 공통 자산의 발견이라는 것이다.

여운형의 3⋅1운동 이후의 일본 방문과 1940년의 오카와 슈메이 등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일관된 해석을 내린다.

여운형은 일본 방문과 제국호텔에서의 연설을 통해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조선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의 달변은 일반 청중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여운형은 ‘자치’라는 화두를 꺼내지 않았고, 오히려 독립의 정당성을 설득하면서 ‘조선의 독립이 동양의 평화로 이어진다’는 전망을 제시했다고 강조한다.

또 오카와와의 만남을 통해 정치가로서의 여운형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여운형은 오카와에 압도되거나 잔심부름꾼이 아니었고, 지배와 피지배의 틈바구니에 존재하는 인물도 아니었다. 여운형은 지배자의 힘을 이용하면서 당당하게 평화를 향한 조연을 해낸 인물이었다. 오히려 오카와가 여운형을 만나고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밝혔다.

강덕상 선생의 여운형 평전은 후학들에게 새로운 분발을 촉구한 것이기도 하다. 평전 집필 과정에서 알게 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2권 간행 이후 3권이 간행되기까지 13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필자가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설립 준비와 초대 관장으로서 사회 활동에 전념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병마와 싸우던 시기였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는 생사를 넘나들며 의사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운형 평전을 마무리하지 않고서는 눈을 감을 수 없다. 그때까지 만이라도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강열한 바람이었다. 3권과 4권의 교정은 병마와의 싸움 속에서 이루어졌다. 필자의 여운형 ‘찾아 나서기’ 작업은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여운형 평전은 역사학자 강덕상 선생의 삶의 성실한 자세를 보여준 한 편의 대하드라마이기도 하다(終).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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