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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의 인생 칼럼 - 휴가를 떠나는 당신에게

기사승인 2020.08.04  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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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재(본 신문 편집고문)

이창재(본 신문 편집고문)

유럽의 고고학자들이 유적 답사를 위해 아프리카의 알려지지 않은 섬을 찾았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학자들은 길을 안내해 줄 원주민을 고용했습니다. 
많은 짐을 등에 멘 일꾼들이 앞장서고 그 뒤를 학자들이 따라갔습니다. 행군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갑자기 짐꾼들이 행군을 멈추었습니다. 
 갈 길이 바쁜 학자들은 그들을 재촉하고 화도 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대꾸 없이 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왜 당신들은 그곳에 멈춰 섰나요?" 
 "우리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영혼을 놓쳐버렸습니다. 영혼이 따라 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지요." 
같은 풍습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말을 달리다가도 잠시 제 자리에 서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것은 휴식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의 풍습은 미신 차원을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앞을 향해 달려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가끔은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게 아닐까 추론합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고 있습니다. 장마가 몰고 온 사망자와 이재민 등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휴가 기간 중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특별한 지향점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여유를 누리는 게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른바 바캉스족들 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행자는 요구하지만 순례자는 감사한다."
여행자는 비용을 계산하기에 남에게나 스스로에게나 무엇인가를 요구합니다. 욕구는 만족하는 법이 없습니다.
반면 순례자는 어려움 속으로 자신을 들여놓기에 요구하는 바가 없습니다. 순례 중 만나는 모든 것들이 순례의 목적지로 향하게 하는 안내자입니다. 때문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인간 존재로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발견하려 애씁니다. 그렇게 노력하다가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가 누리는 삶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삶 자체가 타인 뿐 아니라 절대자의 선물이라는 걸 언어적 수사(rethoric)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배웁니다.
결론적으로 순례의 목적은 자기 변화에 있습니다. 자기강화를 목표로 하는 여행과는 그런 점에서 많이 다릅니다.

일주일이 채 안될 휴가 일정이 온전한 순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행일 뿐입니다.
그래도 우리 모두의 휴가가 순례의 성격을 보탠 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간 모두에게 주어진 숙명, 내 자신 역시 예외일 수 없는 자기중심성의 굴레를 조금이나마 벗어버렸으면 합니다.

내가 중심이 되려 하기 보다는 타인의 몫과 권리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삶이 말 그대로 실천될 수 있다면...나아가 나를 상대에게 줄 수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영혼을 기다리던 원주민들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혼 없는 자신은 있을 수 없기에 영혼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보듬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그들의 풍습을 따른다면 삶을 대충 사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을 자신의 영혼같은 존재로 여길 수만 있다면...평화의 노래가 가득한 천국이 하늘 뿐 아니라 이 지상에도 펼쳐질 것입니다. 
자신을 강화하는 대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넘쳐날 겁니다. 모두가 순례자가 될 것입니다.

* 이창재 본 신문 편집고문의 '이창재의 인생칼럼'은 매주 화요일에 게재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칼럼입니다. 많이 애독해 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

이창재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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