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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주한미군 감축설에 관하여

기사승인 2020.07.31  13: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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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한미 양국에서 논란이 벌어졌던 주한미군 감축설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수그러들고 있다. 21일에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나는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동시에 그는 "역동적인 전력 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순환 배치를 추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것이 미국이 전 세계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력 수준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순환배치 강화를 통해 한반도 밖에서의 군사적 필요에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태세를 갖춰나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적으로 볼 때,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한미간에 논란이 되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주한미군 감축 압박을 통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중시하는 펜타곤 및 미국 주류 사이의 미묘한 차이도 발견하게 된다.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감축설이 수그러든 상황에 안도해야 할까? 한미동맹과 그 물리적 실체인 주한미군을 한국 안보의 중추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이러한 관성적 사고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 유지·강화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과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에 한국이 휘말릴 위험을 반드시 시야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실 북핵 문제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데에 사용되어온 '꽃놀이패'나 다름없었다. 1990년을 전후해 주한미군 3단계 감축 계획이 입안·추진되었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펜타곤과 정보기관은 북한의 핵 능력을 터무니없이 부풀리면서 주한미군 3단계 감축을 중단시킨 바 있다. 21세기 들어서도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향한 진지한 노력보다는 북핵 위협을 이유로 여러 가지 유무형의 이득을 취하려고 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러 한국 정부들은 한편으로는 한미동맹의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요구 수용을 미국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기회비용'으로 인식해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주류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북한 억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비롯한 지역적·세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 이는 곧 미국 주류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로도 연결된다. 동시에 핵무기를 비롯한 전략 무기 능력을 갖춰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뤄야만 대미 담판이 가능해진다는 북한의 위험한 선택과도 연결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 강화는 우리가 원하는 않는 분쟁에 휘말릴 위험과 경제적 불이익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최근 미중간의 갈등을 종합해보면, 동아시아 어딘가에서 양측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여기에 주한미군이 '순환배치'라는 이름 하에 투입되는 상황을 배제할 순 없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제3자인 한국은 미국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셈이 되고 중국의 강력한 보복을 초래하고 만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미국이 이러한 태세를 갖춰갈수록 우리가 안게 되는 딜레마와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여 더 늦기 전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해서 전환적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나올 때마다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이에 대범하게 대처하고 때에 따라서는 우리가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축소 지향적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위에서 언급한 딜레마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반미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원거리 투사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군사전략적으로 반드시 전진 배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괌에 배치된 전략 폭격기 부대를 본토로 철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에 처한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안보의 경제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경제적 부담 경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군사 중심으로 짜인 한미관계를 경제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로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비핵화와 조응하는 제재 완화와 해제에 힘입어 한반도 평화경제론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의 경제적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이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한 북한 개발에 필요한 물품의 일부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방안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남북한의 경제발전은 미국에게 투자 및 수출 시장의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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